스낵컬쳐
"부담없이 즐겨주세요."
요즘 같이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아침밥 먹기도 힘든 나날들입니다. 식탁에 앉아 밥을 먹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인데요. 5분에서 10분 짧은 시간 안에 해치워버릴 수 있는 간식이 현대인들의 일상에 파고들고 있습니다. 짧고 간단하게 과자를 먹듯 즐길 수 있는 문화콘텐츠 ‘스낵컬쳐’가 바로 그것입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오늘날 맞춤형 이동식 문화콘텐츠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플랫핏이 도란도란의 카메라 앵글 안으로 들어왔다.

인디음악을 담은 영상
일상속의 5분을 파고들다

카메라 뒤편에 선 그들
스낵에 맛을 더하다

  “네? 녹음을 한다고요?”
종종 인터뷰를 할 때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모두 기록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혹시라도 거절을 한다면 녹취는 불가능하다. 걱정하던 찰나 그들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시 들으면 되게 지루하실 텐데 저희가 노래라도 불러야겠어요. 아니면 니가 개그라도 쳐봐.” 한 시간가량의 인터뷰가 재미없어 녹취를 풀 때 혹여나 지루할까봐 걱정이라는 것. 본인들의 인터뷰까지 ‘재미’를 고려해야 한다는 그들의 유쾌함이 시종일관 떠나지 않았다. 바로 이들은 인디음악을 알리는 영상제작팀 ‘도란도란’이다.


  카메라의 뒤편에 선 그들
초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기타를 치고 있는 한 인디가수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화면이 바뀌더니 운동장에 뛰노는 초등학생 모습이 잠깐 비췄다. 곧이어 어렸을 적 놀았던 학교 풍경 앞에 인디가수 기면승씨가 그려졌다. 이내 그의 어쿠스틱 기타가 줌 인(Zoom in)되자 원조 걸그룹 SES의 ‘I’m your girl’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90년대를 풍미했던 걸그룹의 발랄한 노래가 기면승씨의 색다른 음색으로 새로 태어난 것이다. 5분 11초가량의 영상은 SNS를 통해 수백 명의 스마트폰에서 재생됐다. 반응은 뜨거웠다. 판도라 TV의 핫 UCC 영상에 기록되고 기면승씨가 언론에 보도된 것이다.


  “저 노래가 나왔을 때 저희가 다 초등학생이었으니 그때의 추억을 살려보고자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선정했죠.” 도란도란 대표 김동명 학생(신문방송학부 3)은 단순히 공연장에서 촬영하는 것보다 노래에 담긴 이야기를 이미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영상 속의 조명 각도부터 소품 하나, 배경 하나 모두 그들의 고민한 흔적이라는 것이다. 영상제작팀 도란도란은 인디뮤지션들의 노래와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 SNS에 배포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통해 배포되는 이 영상들의 길이는 보통 5분 남짓. 짧지만 강하다.


  하지만 수십만 개의 콘텐츠들이 표류하는 SNS에서 과자(snack)처럼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더군다나 간단하게 섭취할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 아니면 사람들의 위는 체하기 십상이다. 김동명 학생은 “영상은 자기 시간을 할애해야 해서 클릭으로 이어지기가 어렵다”며 “영상의 길이가 10분이 넘어가면 사람들은 금방 지루해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도란도란은 스크롤을 내리는 사람들의 손을 멈추는 방안을 고민했다. 최대한 짧게, 최대한 흥미롭게, 그리고 최대한 재밌게 만드는 것이다.


  SES의 ‘I’m your girl’을 커버곡으로 부른 기면승씨의 영상을 먼저 올렸던 것도 하나의 방안이었다. 짧은 인터뷰가 들어가지만 모르는 가수의 사연이 담긴 영상은 흥미를 끄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도란도란에 참여 중인 김도일 학생(신문방송학부 3)은 “친숙한 커버곡을 통해 클릭을 유도한다”며 “관심을 받은 다음 자작곡을 공개하면 반응도 더 뜨거워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한번에 베어 물 수 있는 간단한 스낵이라도 맛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도란도란은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의 질을 가장 우선으로 한다. 김도일 학생은 음악선정에 가장 주력을 다한다고 말했다. “좋은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 먼저기 때문에 팀원과 뮤지션이 끊임없이 회의를 거쳐요.” 오랜 숙고 끝에 결정된 가수의 노래에 시각적인 이미지를 입히는 것도 팀원들의 몫이다. 일단 내용이 흥미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저희는 언제나 사람들의 반응에 신경 써요. 콘텐츠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일단 보고 싶어야 하니까요.” 인터뷰에서까지 청자가 지루해하지 않을까 고민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다시 한 번 생각나는 대목이다.


  좋아서 하는 애들, 도란도란을 말하다 
현재 다섯 팀의 인디가수들을 만나온 도란도란은 인디음악을 카메라에 담아 소통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처음 시작은 평소 인디음악과 영상콘텐츠에 관심 많았던 여섯 명이 모여 머리를 맞댄 것에서 출발했다. 오래전부터 음악에 대한 뒷이야기가 담긴 영상을 만들고자 했던 김동명 학생은 다섯 명의 팀원들이 모이자 지난해에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시킬 수 있었다. 바로 인디뮤지션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위안을 받고 힘을 얻잖아요. 그래서 가수와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로 했어요.”  

 
  생각은 좋지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매번 숨은 인디뮤지션들을 찾으려고 하지만 섭외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인 데다가 섭외를 하더라도 갑자기 촬영이 취소되는 일도 허다하다. 매번 5만 원 정도의 회비를 걷어 촬영 장비를 대여한다. 그래도 카메라가 부족해 여러 번 촬영을 하다보면 녹초가 되기 십상. 편집으로 밤을 꼴딱 새워야 한 편이 완성된다.


  임금이나 보상도 없는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페이스북의 ‘좋아요’다. 영상에 대한 반응과 피드백이 도란도란에게는 일종의 대가인 것. 김도일 학생에게도 소중한 자산이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좋아요’하나씩 쌓이다 보니까 은근 집착하게 되더라고요. 외부에서 볼 땐 5개나 10개나 차이가 없지만 저희에게는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니까요.”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인디가수 ‘호소’의 커버곡 영상은 유투브 조회수 6천을 넘는가 하면 도란도란이 만난 인디가수들이 점차 유명세를 타게 됐다. “저희는 그냥 좋아서 하는 애들이에요. 같이 했던 뮤지션들이 잘 되고 기뻐하는 걸 보면서 힘을 많이 얻어요.” 김동명 학생은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들의 열정이 카메라에 빨간 불을 지피면 인디음악과 사람들이 하나로 이어진다. 그들은 지금도 5분짜리 영상을 위해 50시간짜리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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