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촬영 준비가 한창인 닥치고 큐 제작진과 배우. 사진제공 더 캠퍼스 프로덕션

10분안에 시청자를 사로잡는
청춘들의 이야기

대학시트콤의 신선한 소재 인정
네이버 tv캐스트에 방영되기도

  시트콤 <닥치고 큐>에서 다큐멘터리 동아리 ‘다큐왕’의 신입 여배우인 예리가 고학번 동아리 선배들에게 외친다. “아… 지루해 나이든 사람들은 다 이래요? 대학생활이 뭐 이래?” 멍하니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던 대학생 시청자들의 가슴에 예리의 대사가 화살처럼 꽂힌다.

  시청자를 잡는 데 필요한 시간 단 10분 
  닥치고 큐 제작진인 ‘더 캠퍼스 프로덕션’이 10분 안에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방법은 바로 청춘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제한시간은 10분. 그 안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아야 한다.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보는 이의 손가락은 ‘다음화 보기’를 누른다. ‘대학생에 의한, 대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더 캠퍼스 프로덕션의 목표답게 닥치고 큐의 에피소드마다 대학생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감독, 작가부터 조명, 배우까지 모든 구성원이 대학생인 덕분이다.

  처음엔 일반 시트콤의 방영시간인 30분에 맞춰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을 마쳤다. 제작진들은 야심차게 SNS 페이지를 통해 닥치고 큐를 공개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방송 시간이 너무 길어 바쁜 20대에게 ‘좋아요’를 얻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편집 작업에 들어간 제작진들은 방송시간을 10분 단위로 쪼갰다. 시청자들의 구미에 맞는 맛있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영상을 이어붙이고, 자르면서 열심히 반죽했다. 그렇게 완성된 스낵컬쳐 버전의 닥치고 큐는 더 캠퍼스 프로덕션의 대표상품으로 거듭나게 됐다. 닥치고 큐가 네이버 tv캐스트의 웹드라마 페이지에 실리게 된 것이다. 더 캠퍼스 프로덕션의 이희원 대표(사회학과 4)는 일단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네이버의 문을 두드렸다. “자본 없이 영상을 만드는 학생들의 신선함을 높게 산 것 같아요.”

  현재 닥치고 큐 1회의 네이버 tv캐스트 재생 수는 약 25,219회로 아직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던 덕분에 닥치고 큐 시즌 2의 미래는 밝다. 시나리오부터 30분이 아닌 10분에 맞춰 짜임새 있게 준비해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난 때문에 시즌 2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을 애타게 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넘어지고 깨져도 닥치고 큐!
  자본 없이 만드는 웹 드라마에 있어서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닥치고 큐 제작진들이지만 지금의 닥치고 큐가 있기까지의 우여곡절도 많았다. 닥치고 큐 시즌 1의 영상을 편집하던 제작진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분명히 같은 화인데 계절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초반에는 초록빛이었던 잔디가 5분 뒤에는 노란색으로 변해버리고 주변엔 낙엽이 흩날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학생들이 만드는 영상이다 보니 대부분의 촬영이 주말에 진행된 것이 화근이었다. 덕분에 제작진들은 계절을 타지 않는 장소로 촬영지를 옮겨가며 재촬영을 해야 했다.

  재촬영에 대한 씁쓸한 추억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빠듯한 예산사정 탓에 하루를 꽉 채워 촬영을 계획한 날 아침, 촬영 준비의 첫 단계인 배우의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친구가 한 시간이나 지각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 씬을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냥 흘려보내는 바람에 뒤에 이어지는 촬영들이 줄줄이 미뤄졌고, 끝내 눈물을 머금고 추가촬영 계획을 세워야 했다. 그게 뭐가 어려운 일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난한 젊은이들에겐 큰 타격이다. 이희원 대표는 “하루 촬영에 드는 비용이 40만 원인데 재촬영을 하게 되면 두 배의 돈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들의 촬영현장은 사뭇 진지하고 엄숙하다. 제작진들은 영상 한 편이 나올때마다 뿌듯하기보단 후련한 마음이 든다. “완성되는 순간이 가장 뿌듯하지만 몰입해서 하다 보면 작품에 시달려서 지칠 때가 많아요. 제작진과 작품은 애증의 관계죠.”

  이렇게 쉽지 않은 촬영과정을 겪으면서도 그들은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 캠퍼스 프로덕션의 목표는 지속 가능한 창작이다. 작품 한 편이 나올 때의 쾌감과 창작 욕구가 그들을 멈출 수 없게 한다. “당장은 인프라와 예산이 부족하지만 우리가 창작을 하고 싶어 하는 한 지속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인지 닥치고 큐 시즌 1의 마지막 대사는 제작진들이 스스로에게 이야기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대학생활이 그렇게 아름다운 건지는. 누구나 간절히 원하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그만큼 크게 실망하는 것 같더라고요. 인생이 항상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배우는 게 바로 대학생활인 것 같아요. 감사하죠 참, 잃을 것 없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는 게.’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