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6월 29일 오후 6시경 뉴스에서 아나운서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다는 소식이었다. 1,500여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대형사고였다. 불과 8개월 전인 1994년 10월에는 32명의 목숨을 잃은 서울 한강의 성수대교 붕괴사고도 있었다. 삼풍백화점의 경우 계획에 없었던 5층을 사용 중에 식당으로 변경하면서 하중이 무거운 설비들로 인하여 엄청난 붕괴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기원전 1800년 경에 함무라비 법전에는 집이 무너졌을 때 집을 지은 자는 사형에 처하도록 법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만큼 거주하는 자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도록 엄벌에 처하는 법규정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2월 17일 오후 9시경에 경주 코오롱마우나리조트 체육관에서 입학하기도 전의 어린 대학생 9명을 포함하여 10명의 사상자와 200여 명의 부상자를 내는 안타까운 붕괴사고가 또 다시 일어났다. 이번에 붕괴된 체육관은 공업화박판강구조(언론에서는 PEB란 건물 상품명으로 보도되었음)로 매우 얇은 강판으로 만들어진 구조이다. 필자는 3년 전에도 이와 동일한 구조의 인천공항 물류창고에서 여름 장마에 옥상의 배수구가 막혀 구조의 일부가 내려앉은 사고를 목격한 적이 있었다. 이번 붕괴현장을 다니며 붕괴사고의 원인을 조사를 하면서 많은 점을 느꼈다. 먼저 우리 사회는 건축물에 대해서 구조안전을 무시하는 안전불감증에 처해 있다고 느꼈다.
 
 설계자가 타인이 설계한 결과를 검토없이 무책임하게 자기 도장을 찍을 수가 있는 것인지. 만약 사고로 이어질 때는 어떤 상황을 예상을 하고 행동한 것인지. 그리고 시공회사와 제작자들은 부실시공을 해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랑하는 자기 자식들이 MT 등의 행사로 체육관을 사용한다고 한번쯤은 생각해 보고 시공한 것인지. 코오롱마우나리조트의 콘도는 외견상으로도 구조에 안전하게 보이는 리조트 시설이었다. 그런데 체육관은 붕괴되어서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라 주변 건물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너무 초라한 시공상태였다. 콘도 건설계획시에 지은 것이 아니고 MT 등 각종 대형 행사를 위하여 추가적인 필요에 따른 것이었다. 콘도관리자 입장에서도 안전을 위하여 유지관리에 좀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고 본다. 이번 붕괴사고를 폭설에 의한 자연재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공학적 조사에 따르면 이번 경우도 분명히 사람의 의한 인재라는 뚜렷한 조사결과가 나온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후에 이런 사고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을 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또 다시 안타까운 목숨들을 잃는 붕괴사고가 일어났다. 붕괴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물질적 피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고질적인 관념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야 한다. 우리 사회는 건축구조에 대하여 안전불감증을 가지고 있다. 이 점이 고쳐지지 않으면 붕괴사고는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명재 교수(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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