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게르마니아 콜로키엄은 라틴어 ‘함께 모여 이야기한다’는 어원적 의미에 따라 지적,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토론하는 자리다.

“책은 우리 내면에 얼어붙은
바다를 깰 수 있는 도끼여야 한다” - 카프카


  중앙게르마니아 15돌을 맞이하며 “책에 먹히지 말고 책을 먹어라!”고 외치는 류신 교수(유럽문화학부). 그와 함께 학내 콜로키엄의 메카로 자리매김한 중앙게르마니아의 역사를 되짚어봤다.


  -중앙게르마니아 15돌을 맞이한 소감이 어떠한가.

  “2000년에 출범했던 중앙게르마니아가 벌써 15년을 맞이해 감회가 새롭다. 2000년 9월 8일 서울대 임홍배 교수가 괴테의 『빌헤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주제로 중앙게르마니아의 첫 서막을 알리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중앙게르마니아는 정확히 어떤 콜로키엄인가.
  “중앙게르마니아를 주최할 당시만 해도 학내 콜로키엄 문화가 정착화되진 않았다. 당시 독어독문학과 김누리, 노영돈, 오성균 교수님은 인문학이 쓸모없는 잉여학문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많은 학생에게 지적 기회를 제공하고자 중앙게르마니아를 추진했다. 한마디로 인문학의 가치를 복원시키고자 하는 콜로키엄이다.”
 

  -그래서인지 중앙게르마니아가 콜로키엄의 메카라 불리는 것 같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학내 경우만 보더라도 중앙게르마니아를 시작으로 사회학과나 영문학과에서 콜로키엄 문화가 형성됐다. 이 밖에도 서울대 독일어문화권 연구소에선 2005년부터 ‘현대를 다시 읽는다’는 주제로 ‘관악 블록 세미나’를 시작했다. 또한 서울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중앙게르마니아 읽기 모임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인기가 어느 정도였나.
  “몰려드는 인파로 강의실이 미어터질 정도였다. 학내외로 인문학 콜로키엄이 형성되지 못한 상태라 더욱 그랬다. 특히 중앙게르마니아는 학내 사람뿐만 아니라 학외 그 누구나 들을 수 있기에 호응도가 컸다.”
 

  -주제를 보면 문학에서 문화로 강연의 초점이 넓어졌던데.
  “2000년과 2001년엔 <문학>이란 키워드 아래 강연이 진행됐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사나 폭넓은 이해를 위해서 <문화>라는 키워드로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전환기가 바로 2002년이다. 강연의 큰 테마를 보더라도 ‘독일문제작 탐구’(2000년), ‘독일문학이론’(2001년)에서 ‘감정의 문화사회학’(2010년), ‘유럽을 읽다’(2014년)로 폭넓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왜 올해는 ‘유럽을 읽다’인가.
  “신자유주의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면서 유럽모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유럽적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파헤쳐보고자 했다.”
 

  -참가자들의 후기를 보면 끝장토론으로도 유명하더라.
  “중앙게르마니아는 일반 강연방식처럼 한 사람이 몇 시간 동안 강의를 하고 몇 개의 질문만 받는 형식을 지양한다. 강연이 풍부해지려면 강연자와 참가자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진행돼야 한다. 따라서 중앙게르마니아는 보통 1시간 동안 강연자가 발제하고 이후 질의응답 및 토론을 한다. 토론에 있어선 제한 시간을 두지 않아 끝장토론이란 수식어가 생겼다.(웃음)”
 

  -매년 콜로키엄 기획과 강연자 섭외가 만만치 않겠다.
  “중앙게르마니아가 15년이란 시간을 달려온 맷집도 여기에 숨겨져 있다.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그에 맞는 강연자를 찾기 위해 일 년 전부터 꼼꼼히 준비한다.”
 

  -지금까지 섭외된 강사진만 보더라도 그 권위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중앙게르마니아의 첫 서막을 알린 서울대 임홍배 교수를 비롯해 김상환, 김세균, 홍윤기, 진중권, 강수돌 등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철학자나 사상가들이 이곳을 스쳐 갔다. 워낙 강사진이 두텁다 보니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중앙게르마니아를 거쳐야 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다.(웃음)”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즘 대학생들은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안타까운 현실이다. 워낙 실용학문이 늘어났고 학생들도 험난한 취업준비를 하면서 인문학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인문학적 소양이 밑바탕 돼야 한다.”
 

  -콜로키엄을 준비하면서도 이런 현상에 대해 고민이 많겠다.
  “학생들에게 ‘인문학은 고리타분하고 어렵다’는 선입견을 없애고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콜로키엄을 준비하면서도 전체적인 테마나 세부 주제를 선정함에 있어 학생들을 많이 고려한다. 그 결과 중앙게르마니아는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이더라도 강연만 들으면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뭐든지 흥미가 생겨야 관심이 뒤따라가는 법이다.”
 

  -콜로키엄 이외에도 어떻게 해야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나. 
  “영화 관람이나 직접적인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의 독서도 절실하다. 학생들에게 인문학 서적을 읽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겠지만 끝까지 붙들고 있어야 한다. 포기하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든다는 패기가 있어야 그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다.”
 

  -고민이 많았던 만큼 시너지 효과도 컸겠다. 중앙게르마니아를 통해 지적세례를 받은 인재들이 탄생했는지.
  “지난 15년간 다양한 학생과 사람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영문과 학생이었던 문강형준도 중앙게르마니아의 대표적인 인재다. 현재도 그는 평론가로서 자신의 분야에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든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대학원생 시절부터 중앙게르마니아를 통해 다양한 철학가들의 삶을 유영할 수 있었다.”
 

  -앞으로 중앙게르마니아의 방향을 묻는다면.
  “2017년이면 중앙게르마니아가 200회를 돌파할 것으로 본다. 초심을 잃지 않고 달려가고 싶다. 덧붙여 중앙게르마니아는 올해부터 독일어문학전공과 독일유럽연구센터가 함께 주최하고 있다. 세계적인 인프라가 구축된 만큼 역사가 살아 숨쉬는 콜로키엄으로 우뚝 솟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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