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할 때면 황급히 가게를 벗어나고픈 순간이 생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점원이 지나치게 관심을 가져주는 경우다. 이런 점원은 보통 옆에 졸졸졸 쫓아다니면서 만지는 옷마다 재질이 어떻고 가격은 어떻고. 한 번 입어보기라도 할라치면 찬사를 쏟아낸다. 제 아무리 손님이 왕이라지만 이런 가게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불편해진다. 꼭 옷을 사야할 것 같기 때문이다.
 
 둘째는 자칭 전문가형 점원이 따라 붙는 경우다. 사겠다는 옷은 안 주고 자꾸 다른 옷을 권하거나 원하는 사이즈는 안 맞을 거라며 다른 사이즈를 갖다 주는 일이 종종 있다. 이런 가게에서 등 떠밀려 옷을 사고 후회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한두 번 후회를 해보면서 자연스레 원칙이 섰다. ‘자유롭게 둘러보고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옷가게를 다니자.’ 나름의 쇼핑 철학이다.
 
 이 쇼핑 철학에 따르면 나는 굉장히 만족스럽지 못한 가게에서 교육서비스를 강매당하고 있다. 터놓고 말하자면 이미 입학한 마당에 마음에 안 들어도 한동안 안 살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올해 중앙대는 지난해보다 재학생 수가 9.7%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의실이 늘어나기는커녕 줄어들었고 이번학기에 개설된 강의는 전년 동기 대비 336개나 줄었다. 제 아무리 학생들이 콩나물 강의실을 외쳐도 소형 강의를 대형 강의로 바꾸려는 대학본부의 의지는 바뀌지 않는다.
 
 길가다가도 공간부족 문제에 대한 불만을 들을 때쯤 기획팀을 꾸려 취재를 시작했다. 취재를 하면서 문제 발생 원인부터 현상이 드러나는 지점까지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수업 공간 확보를 위한 310관 건설은 앞으로 2년 동안 학생들의 운동장 사용과 통행을 못하게 만들고 안성에서 서울로 이전한 교수들을 위해 마련한 공동연구실은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 몹쓸 공간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대학본부는 “오늘날 대학이 직면한 커다란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정원조정이 불가피했다”며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니 310관이 지어지기까지는 함께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말을 듣다 보면 대학본부는 아직까지도 대학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한 것 같다. 진정 학생이 교육 서비스를 사는 고객이라고 생각했다면 고객에게 희생을 요구하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310관은 중앙대의 미래가 아니다. 중앙대에게 필요한 건 공간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3년 기준 중앙대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68.8%,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31.1명이다. 전임교원 상황만 놓고 봐도 타 대학에 비교하면 최하위 수준이다. 수업 지원도 부족해 예대 일부 학과에는 제대로 된 책상도 없고 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수업에서 반드시 필요한 GIS 프로그램을 학과 발전기금에서 뽑아 샀다.
 
 대학본부가 대학을 교육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장소로 본다고 해서 비난할 생각은 없다. 대학본부가 학생들을 ‘고객’으로 보든 구성원으로 인정하든 학생들에게 희생을 바라기보단 만족할 만한 서비스 혹은 참교육을 제공해줬으면 싶을 뿐이다.
 
이시범 대학보도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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