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4년 후, 안성캠서 온 교수들 공동연구실로 몰아넣다

공대 공동연구실들은 관련 분야가 아닌데도 한 공간 사용

 
 
  교수나 학생들이 연구를 하려고 해도 공간 부족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박춘은 교수(유럽문화학부)는 “안성캠에서 온 젊은 교수들이 한창 논문을 써내려가야 하는데 연구할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인문대·사회대 교수들의 공동연구실=이번학기 안성캠에서 서울캠으로 소속을 변경한 교수들이 현재 책상만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개인연구실을 배정받지 못하고 책상이 빼곡히 찬 공동연구실을 사용하고 있다.
 
  2010년에 구조조정 학과로 지정된 안성캠 외국어대 4개 학과(영어학과, 중어학과, 일어학과, 노어학과)와 사회대 2개 학과(가족복지학과, 국제관계학과)는 이번학기부터 서울캠으로 수업장을 이동했다. 이에 따라 해당 학과의 교수들은 서울캠 소속이 됐다. 하지만 이 교수들은 개인연구공간을 받지 못하고 공동연구실에 나뉘어 들어갔다. 서라벌홀 414호는 교수 8명, 603호는 교수 17명이 사용한다. 서라벌홀 734호와 교수연구동에도 여러 학과의 교수들이 사용하는 공동연구실이 있다.
 
  안성캠에서 온 교수들 중엔 2011년부터 서울캠 강의를 한 교수도 있지만, 이들은 올해가 돼서야 배정받은 공동연구실에 대해 불만이 많다. 안성캠에서 온 교수들은 개인연구실도 받지 못한 채 소속만 바뀌었기 때문이다. 공용 공간에선 학생면담을 진행하기 어렵고 수업을 준비하기에도 여의치 않다. 김근식 교수(유럽문화학부)는 “학생들과 면담을 할 땐 커피숍에서 할 수밖에 없었다”며 “교수가 받는 피해가 학생에게까지 미쳐 안타깝다”고 말했다.
 
▲ 서라벌홀에 위치한 한 공동연구실은 콜센터를 연상시킬 만큼 삭막하다. 사진 양동혁 기자
 
  603호 공동연구실의 책상 위는 대부분 집기 하나 없이 깨끗했고 사람이 다녀간 흔적도 없었다. 교수들이 공동연구실에 남아있는 것을 꺼려해 집기를 가져다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강범 교수(아시아문화학부)는 “수업 준비는 집에서 하는 수밖에 없다”며 “다른 교수들도 공동연구실을 불편해해 수업시간에 맞춰 출근하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퇴근한다”고 말했다.
 
  서울캠 공동연구실은 교수들이 연구를 하거나 논문을 쓸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교수들은 안성캠 교수연구실에서 쓰던 서적과 기자재들을 대부분 서울캠으로 가지고 오지 못했다. 박춘은 교수는 “책상 하나에 칸막이만 쳐져있는 이 공간이 교수연구실이 아니라 마치 콜센터 같다”며 “새 건물이 생기더라도 자리 배정에 있어 공동연구실 교수들이 과연 우선순위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인문대와 사회대 교수라면 교수 1인당 교수연구실 하나를 배정받는다. 하지만 대학본부는 공동연구실을 이용하는 교수들에게 1년만 참고 사용해달라고 부탁했다. 연말에 제2기숙사가 완공되면 1층에 교수 연구공간이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교수들은 제2기숙사 완공을 기다리기보단 현재 열악한 공동연구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세밀한 실태조사를 바라고 있다. 인문대의 한 교수는 “본부에서 시찰을 통해 열악한 공동연구실 환경을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대 연구원들의 공동연구공간= 공대엔 한 연구공간에 다수의 연구실이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공통 연구분야이거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아니다.
 
  공대 연구실은 인문사회계열 교수연구실보다 연구원과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 인문사회계열에선 보통 한 명의 교수가 교수연구실 하나를 쓰지만 자연공학계열 연구공간엔 학부연구생과 석사과정 학생, 박사과정 학생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공대 연구실은 연구공간 이외에 별도의 실험실도 필요하다. 실험실은 플라스크 같은 작은 실험기구부터 중장비까지 들어가는 공간이다.
 
  공대의 경우 그 특성상 한 공간에서 연구와 실험을 같이 하면 더 신속한 연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연구실에서는 연구와 실험 중 하나만 가능하도록 공간이 배치됐다. 공간을 절약하기 위해 연구의 효율성보다 용도로 공간을 재편한 것이다.
 
  일부 연구실은 단일 용도로만 공간을 편성해 다수의 연구실이 들어가 있는 실정이다. 창업보육센터 4층에 있는 한 연구공간은 소프트 소재/소자 연구실과 재료물리화학공정 연구실이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칸막이나 가설 벽도 설치하지 않고 연구공간을 공동사용하고 있다. 소프트 소재/소자 연구실의 이성민 학생(화학신소재공학부 4)은 “두 연구실이 같은 학과 소속이긴 하지만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건 아니고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 봅스트홀 2층의 한 실험실은 상변화연구실과 응용유체연구실이 함께 사용해 공간이 여유치 않다. 사진 양동혁 기자
 
  실험실 공간이 넓지 않아 장비를 충분히 들여놓을 수 없는 곳도 있다. 응용유체연구실 이기훈 학생(일반대학원 기계공학부 석사 4차)은 “전공 특성상 필수적인 장비가 3개가 있지만 자리가 없어 모두 들여오진 못하고 있다”며 “고려대가 주기로 한 장비를 들여오지 못해 고려대로 직접 가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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