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330번대 서가를 즐겨찾는다는 오정호 학생(경영학부 4).

  공강이나 등·하교 시간에 틈틈이 책을 읽는 한 사내. 그 결과 신입생 때부터 4학년이 된 지금까지 대출된 도서만 무려 665권이다. 경제 관련 서가 앞에만 서면 모르는 책이 없다고 말하는 다독왕 오정호 학생(경영학부 4). 그의 솔직하고도 은밀한 독서스토리를 파헤쳐보자.
 

  -지난 한 해 220권이 훌쩍 넘는 책을 읽었다는데.
  “사실 부끄럽다. 대출 권수로만 따져 많아 보이지 실제로 나보다 더 뛰어난 학생이 있을 거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220권도 많은 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지금까지의 대출이력 현황표.

  -어떤 위주의 책을 읽었나.
  “구체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60~70%는 전공과 관련된 경영, 경제 서적을 읽고 나머진 문학, 철학과 같은 인문학 서적을 읽었다. 어떻게 보면 다독왕이라 불리기에 낯부끄러울 만큼 편식쟁이 독서가나 다름없다.”
 

  -전공 관련 서적이라고 하면 수험 서적을 말하는 건가.
  “아니다. 물론 전공과 관련된 분야이지만 수험서나 과제 위주의 책을 빌려보진 않았다. 경영, 경제, 주식 등 각 분야에서 다뤄지는 개론이나 방법론 류의 서적들이다.”
 

  -독서습관은 언제부터 생긴 건가.
  “독서습관이 언제부터 생겼다고 하기 모호하다. 중·고등학교 때는 수험준비로 제대로 된 독서를 하지 못했고 대학교 신입생이 돼서야 독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던 것 같다.”
 

  -1학년 때부터 책을 붙잡고 있기가 어려웠을 텐데.
  “맞다. 신입생들은 온갖 유혹에 빠지기 쉽다. 개인적으로도 여느 또래처럼 친구와 놀기 좋아하고 술자리도 즐긴다. 그러다 어느 날 남들처럼 대학생활을 보내다간 남는 게 없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때부터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도서관 이용을 대학생의 특권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
  “한 학기에 내는 등록금이 300만 원 중후반이다. 300만 원어치를 교육에 투자했을 때 더 큰 이윤을 보기 위해선 학생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도서관 이용이다. 계산적일 수 있으나 책 한 권당 1만 원 이상의 효과를 누린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다 보면 나름대로 요령이 생길 텐데.
  “다독자들은 저마다 책 읽는 요령이 있다. 내게도 독서 요령이 있는데 바로 속독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 속독자격증을 취득한 경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경제나 주식 관련된 책을 읽을 경우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이때 속독 효과가 크다. 짧은 시간 동안 핵심을 간파할 수 있으니 말이다.”
 

  -속독이 모든 독서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나.
  “여기서 명심해야 할 점은 속독이 모든 책 읽기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문학 서적 같은 경우 문장과 문장, 단어와 단어 사이의 호흡이 중요하다. 속독으로는 절대 음미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때는 내용을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 내려가야 한다.”
 

  -인문학 관련해서는 어떤 것들을 주로 읽나.
  “사실 인문계열이 아니다 보니 책을 고르는 기준이 어려웠다. 나름대로 터득한 방법이 있다면 반납 서가 주변을 샅샅이 훑어보는 것이다. 반납 서가에 꽂힌 책들은 일단 누군가에게 한 번씩 읽힌 책들이니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일간지에서 발표한 인문학 리스트를 스크랩한 뒤 찾아 읽는 것이 있다.”
 

  -독서로 효과를 본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다.
  “요즘 독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일단 최근 수상 실적만 보더라도 그렇다. 독서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어 지난해 삼성증권 아이디어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주제 선정부터 발표준비까지 몇 날 며칠을 도서관에서 준비했다. 물론 인터넷이나 블로그에 게시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그보다 책에서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들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순간은 힘들지라도 손으로 하나하나 직접 찾고 영감을 얻어야 남과 달라질 수 있다.”
 

  -또 다른 공모전에서도 빛을 발휘했다고 들었다.
  “1,2학년 때는 내공이 부족해 공모전에 모조리 탈락했다. 그러나 절망적인 순간에도 답은 책에 있다고 믿었다. 그 결과 3,4학년 때부터 봇물 터지듯 공모전에 입상을 하더라. 몇 가지 꼽자면 지난해 9월 국회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전경련 대학생토론대회에서 개인전 최우수상을 받았다.”
 

  -독서를 통해 1석 2조의 효과를 누리는 것 같다.
“1석 다조가 맞을 것 같다. 아이디어공모전 수상을 통해 삼성증권 영크리에이터 3기로 활동을 했고 그로 인해 지금은 삼성증권 입사 절차를 밟고 있다. 최종 입사 확정은 오는 5월 초에 나지만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 같다. 덧붙여 공모전을 통해 받은 장학금이나 책을 통해 배운 주식투자로 천만 원 가까이 용돈을 벌었다. 이쯤 되면 독서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 다들 느꼈을 거라 본다.(웃음)”
 

  -독서를 통해 사람도 많이 사귀게 되었다.
  “워낙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한다. 특히 내 집단에 속한 사람보다 다른 환경과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 말이다. 매번 새로운 사람과 만나다 보니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이때 독서로 ‘공감’능력을 길러 둔 것이 한몫했다. 한 예로 예술가와 약속이 있으면 사전에 미리 그 사람이 전공하는 예술과 관련된 서적을 찾아본다. 상대편도 그런 부분에서 호의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 독서야말로 사람 사는 데 있어 큰 무기가 아닌가 싶다.”
 

  -화제를 돌려보자. 요즘 대학생들의 독서편식이 심해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주변만 보더라도 독서에 대한 흥미가 높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사람의 개인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기보단 사회적인 분위기가 그런 것 같다. 스펙이나 어학준비가 워낙 힘들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적 있는 의식을 갖고 많은 학생들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 다독왕의 추천도서 10선.

  -구체적으로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나.
  “새내기의 경우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책을 섭렵해야 한다. 직접적인 경험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학생들에겐 시간이 별로 없다. 간접적이더라도 책을 통해 유명인사와 만나보고 세상을 구경해봤으면 한다.”
 

  -책을 읽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성취감이다. 독서를 통해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다 보니 이것만큼 훌륭한 스펙이 어디 있겠는가!”
 

  -마지막으로 다음 목표는 무엇인지 들어보자. 
  “지금까지 읽히는 독자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써보고 싶다. 20대와 관련된 경제상식이나 주식투자법에 대해 다루고 싶어 하루에 A4 2~3페이지씩 원고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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