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만원 저기도 만원

  공간은 뒤틀리고 휜다고 하던가요? 마음만 같으면 캠퍼스를 잡아 늘이고 싶습니다. 서울캠 어디를 가나 사람들로 빼곡해서요. 수업 직후 법학관 계단은 마치 설 연휴 고속도로를 연상케 하고 100여 명이 꽉 들어찬 강의실에는 학생들이 발산하는 열로 한껏 후끈거립니다. ‘압력밥솥’ 요즘 서울캠에 딱 들어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번주 보도기획에는 바로 이 압력밥솥 같은 캠퍼스에서 생활하고 있는 학생·교수의 사연을 담았습니다. 학문단위 구조조정 및 정원재조정과 310관 신축공사는 아이러니하게도 학생들에게 시련을 안겨주고 있었습니다. 사람은 늘어났는데 신축공사로 오히려 가용공간은 줄었기 때문이죠.

  학생들에게 시련은 줄이 길게 늘어선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극복 방법으로 30분 일찍 오기를 택한 학생이 있을 정도였죠. 다음 시련은 빼곡히 들어찬 강의실. 강의실 수용인원을 초과한 강의를 듣는 한 학생은 “책상이 없어 맨 뒤에 의자만 놓고 수업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수업 후 점심을 먹으러 갈 땐 고속도로처럼 밀리는 계단을 지나야 하고 식당에선 티켓을 끊는 줄부터 배식 줄까지. 서울캠 공간부족 문제가 올해 들어 유난히 실감납니다.

  좁은 공간에서 교수라고 별 수 있나요. 열악하기는 학생과 비슷합니다. 안성캠에서 서울캠으로 수업장을 이동한 학과 교수들을 위해 마련한 공동연구실 중에는 17명의 교수가 함께 사용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좁은 공간을 칸막이로 나눠 놓은 공동연구실 환경을 콜센터에 빗댄 교수도 있었죠.

  공동연구실에 단순히 함께 쓴다는 불편함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컴퓨터가 없으니 수업 준비는 불가능하고 눈치가 보일 테니 학생 상담도 할 수가 없죠. 학생 면담 때문에 커피숍을 향하는 교수도 있었습니다. 교수들도 이런 연구실에 있을 이유를 찾지 못했나봅니다. 공동연구실에 배정된 교수들은 “수업시간에 맞춰 출근하고 끝나자마자 퇴근”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공간이 부족해서 마련한 공동연구실이 이용률 저하로 낭비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참 아이러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매일 시련을 헤쳐나가는 학내 구성원들을 위해 대학기획에서는 앞으로 2주간 서울캠 공간문제를 파헤쳐 볼 예정입니다. 1주차에는 학생과 교수가 느끼는 공간부족 현상을 제시하고 2주차에는 그 원인을 낱낱이 밝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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