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두로 이마를 꾹 누르자 이내 이마에 ‘奴’자가 새겨졌다. ‘奴’자는 그 사람이 도망노비임을 보여주는 표식이다. 드라마 <추노> 속에서 도망노비인 업복이(공형진 분)는 그를 쫓는 추노꾼들에게 붙잡혀 평생 동안 지워지지 않을 문신을 새기게 된다. 
 
 조선시대에는 도망노비가 붙잡혔을 경우 남자는 왼쪽 뺨에 ‘奴’자를, 여자는 오른쪽 뺨에 ‘婢’자를 새겼다고 한다. 죄인의 몸이나 얼굴에 상처를 내고 범죄자라는 징표를 남기는 형벌을 묵형이라 일컫는다. 이는 중국 주나라의 오형에서 시작됐다. 도둑질을 한 자의 이마나 팔뚝에 먹물로 ‘도관전’, ‘절도’등의 글자를 새기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1436년부터 약 300년간 묵형이 시행됐다.
 
 이렇게 새겨진 범죄의 징표는 꼬리표가 돼 그들을 따라다닌다. 몸에 남은 문신이 지워지기 전까지 범죄자라는 낙인을 새기고 사는 것이다. 그들은 어딜 가든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으며 죄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신체 밖으로 드러난 징표가 그들의 범죄 이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자로 낙인된 이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낙인의 손가락질은 그들을 골방 속으로 숨어들게 만든다. 심각한 경우 이들의 사회 재진출을 막아 또 다른 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다. 최초의 범죄는 개인의 잘못이었다 할지언정 그 이후의 상황을 온전히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학칙에서도 낙인의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었다. 장학금 지급규정 제15조 1항에서 말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학칙 또는 관련 규정에 의해 징계를 받은 자의 장학금 지급이 제한된다. 징계 이력이 있는 학생들은 장학금을 일절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해당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학교가 지급하고 있는 장학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 번의 징계 이력이 꼬리표가 되어 졸업 때까지 학생들을 따라다니는 셈이다.  
 
 대학본부는 장학금 지급규정 제6조 1항의 2호, 3호를 들어 학칙위반자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학칙위반자는 품행이 방정해 타의 모범이 되는 경우, 학교 발전에 공로가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상충하기 때문이다. 학업성적이 우수하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장학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징계 기록 때문에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장학금 지급규정 제6조 1항엔 ‘교내장학금 지급기준은 다음 각 호1에 해당하는 경우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1호부터 7호 중 하나의 항목만 충족시키도 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징계를 받은 학생은 위 항목에 해당하더라도 장학금 지급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실제로 한 학생은 3년 전 징계 이력으로 인해 성적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평점이었지만 장학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학생의 잘못 한 번 때문에 이 후의 모든 가능성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는 규정이 아쉽기만 하다. 흉악범에게도 다양한 기술 훈련을 통해 재기의 기회를 주는데 말이다. 학생들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부족한 것만 같아 더욱 안타깝다.
 
 여기서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 사실이 있다. 대학은 교육기관이다.
 
최유정
대학보도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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