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사회』
한병철 저 / 문학과지성사 / 235쪽
 
  영화 ‘그래비티’의 주인공 스톤박사는 라디오만 들으며 폐인처럼 살던 삶에서 벗어나 모든 관계와 소음이 사라진 우주에서 해방감을 느낀다. 하지만 우주는 결코 해방의 공간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을 속죄고 고통스럽게 했던 대지의 중력과 인의 관계가 사실은 자기 자신을 살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대지를 다시 밟는다.
 
  하지만 한병철 씨의 『투명사회』 (문학과지성사 펴냄)를 읽다 보면 스톤박사가 딛고 일어설 대지의 실체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게 된다. 이 시대에 존재하는 관계의 중력은 삶의 동아줄이 될 수 있을까? 
 
  투명사회는 부정성이 없는 사회다.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것, 보여주고 싶지만 보여줄 수 없는 것이 부정성이다. 하지만 투명한 사회는 이를 제거한다. 부정성은 사유할 수 있는 여지다. 부정성의 제거는 획일화이다. 행위는 계산하고 통제할 수 있는 과정에 종속될 때 투명해진다. 투명사회는 획일적이고 통제적인 사회다. 타임라인에 ‘가산’되는 이야기들과 ‘좋아요’로 대표되는 서사 없는 산수가 실재적인 인간관계를 대체한다. 투명사회는 타자는 사라지고 나 자신만 존재하는 차가운 ‘뉴스피드’인 것이다. 스톤박사가 다시 밟고 일어날 대지는 어쩌면 없을지도 모른다.   
 
  책은 ‘투명하다’는 이미지에 담겨있는 높은 효율성과 긍정성에 대한 허상을 신랄하게 묘사하고 이를 지적 으로 반박한다. 투명사회가 내포하고 있는 현실을 다양한 발상을 통해 명징하게 서술해간다. 모든 것이 공개된 투명한 사회에서 정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폭로란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연대와 공동체는 어떻게 파괴될 것인가 등에 대해서 한병철 씨 만의 독창적인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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