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경영경제계열 학생들을 대상으로 취업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얼떨결에 맡게 된 과목이라 이미 진행되고 있는 다른 취업특강을 살펴보았다. 현업에 계신 분을 초청하여 해당 산업의 현황과 직무를 소개하고 이에 맞는 적성과 지식 등을 설명하거나 면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거나 자기소개서를 임팩트있게 쓰는 방법 등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재상 항목을 보면 대학의 취업특강이나 전공영역에서 가르치기 어려운 요소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직무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열정, 도덕성, 성실성, 창의성, 예의범절, 상대에 대한 배려 등에 대한 언급이 많고 전공지식에 대한 부분은 의외로 많지 않다. 수도권의 어느 수준 이상의 대학이 되면 지적능력이나 전공에 대한 지식은 비슷하다고 판단해서 고려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경력사원을 제외한 일반 사무직 신입사원의 선발은 지원자가 살아오면서 쌓아온 인성과 삶에 대한 태도와 실력을 평가하는 장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인성이 바르고 매사에 적극적이며 일을 맡기면 문제점보다 해결책을 먼저 찾으려 하는 학생들은 여러 회사에서 합격통지서를 받는다. 반면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 보이는 학생들은 아무데서도 찾지 않음을 여러 번 보았다.
 
내가 강의하는 조직행동은 동기부여,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집단동학 등을 가르친다. 이러한 영역은 학생들이 앉아서 강의를 들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믿기에 실습을 통해서 학생들의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한다. 백여 명의 학생 앞에서 1분 동안 자신을 영어로 소개하거나 팀을 짜고 일주일을 준비해서 공연을 하고 동료학생들의 평가를 받거나 40분의 제한시간 안에 흑석동 일대를 뒤져서 리스트에 적힌 스무 개의 아이템을 찾아오는 경쟁 과제도 있다. 중국집 철가방, 당구장 초크 같은 것들이 있어서 이런 항목들을 찾으려면 염치불구하고 가게로 들어가서 주인을 설득해야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처음에는 망연자실하다가도 하나씩 해결책을 찾으려 시도하고 실제로 현장에 가서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일이 해결되는 경우도 많기에 대부분의 팀이 2/3 이상의 물건을 찾아오고 학생들은 일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다. 이렇게 한 학기가 끝날 때 즈음이면 무대 앞에서 공포감을 느끼던 학생들이 여유까지 부리면서 자신감 넘치게 발표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기적이고 소극적이던 팀원들의 모습은 온갖 난관을 같이 헤쳐 나온 끈끈한 동료애로 바뀌어진다. 행동과 피드백을 통해서 몸으로 경험한 학습은 더 오래 기억되고 체화된다.
 
기업은 사람들이 만나서 성과를 창출하는 곳이다. 서로 가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서 일하면서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기에 기업들은 태도와 인성적인 요소를 더욱 강조한다.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의도적인 노력과 반복으로 그러한 덕목을 몸으로 익힌다면 졸업 즈음에는 모두가 원하는 인재로 우리 학생들이 변해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전병준 교수
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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