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학부대학 임영봉 교수.
 

  ‘인문학을 읽어라!’ 요즘 대학생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소리다. 인문학하면 고상한 철학자들이 선문답하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느껴지는 인문학이 당최 우리네 삶에서 왜 중요한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교양학부대학 임영봉 교수를 만나봤다.
 

  임영봉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인문학 도서를 권장하는 이유는 인문학이 모든 학문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시공간을 초월해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은 보편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물론 인문학 도서들은 만화나 장르문학처럼 쉽사리 친해지기 어렵다. 시작부터 어려운 인문학 고전에 도전할 경우 인문학의 맛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제풀에 지칠 우려가 있다. 임영봉 교수는 “인문학 고전이 기본적으로 어려운 도서들이 많다. 처음엔 비교적 쉬운 도서부터 읽기 시작해 분석적 독서 능력과 인내심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문학 권장도서 60선은 학생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 위주로 선정돼 있어 독서 훈련에 용이하다.
 

  임영봉 교수는 인문학 권장도서 60선 중 중앙대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으로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꼽았다. 『마의 산』은 알프스 고산지대의 호화 요양원 ‘베르크호프’를 무대로 한 청년이 폐병으로 요양 중인 사촌을 문병가면서 겪은 내용을 다룬 소설이다. 토마스 만은 1912년 폐렴 증세로 요양원에서 요양 중이던 아내를 방문해 3주를 보낸 실제 체험을 계기로 자전적 요소를 가미해 『마의 산』을 집필했다. 1924년에 완성된 이 책을 통해 토마스 만은 제1차 세계대전의 시작과 끝을 겪으며 변화해온 자신의 정신적 삶의 궤적을 기록했다. 임영봉 교수는 “마의 산은 장편소설이고 내용이 쉽지 않아 긴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한다. 분석적 독서능력은 물론 인내심을 기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며 추천 이유를 밝혔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도 함께 추천했다. 중·고등학생 시절 많이 들어봤을 『열하일기』는 조선 정조 때 박지원이 청나라를 다녀오며 쓴 기행일기다. 『열하일기』를 읽으면 당시 청의 신문물을 탐구하고 조선의 발전을 고민한 지식인의 여행과정을 직접 보듯이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당시의 사회상을 다양한 형식으로 서술한 『열하일기』의 군데군데에선 박지원의 위트도 느낄 수 있다. 임영봉 교수는 “열하일기에는 여행 과정이 생생히 묘사돼 있어 기행문만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영봉 교수는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요즘 대학생들은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며 “혼자 사색하고, 독서하는 시간은 자기발전의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잠자는 시간 빼고는 늘 누군가와 함께해야 할 것만 같은 강박에 사로잡힌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말이다. 가끔씩은 항상 함께하던 친구들, SNS, 핸드폰은 잠시 잊고 홀로 고독을 즐기며 인문학 도서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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