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좋아하는 TV프로그램 중에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인데, 그들은 혼자 분식집에 앉아 갈비만두 세 판을 흡입하는가 하면 강남에서 이태원까지 자전거를 타고 닭발을 먹으러 간다. 이렇게 혼자서도 즐겁다는 ‘혼자남’들이 무지개 모임을 만들어 각자의 ‘싱글 라이프’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바쁜 일상생활은 여느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지만 홀로 사는 사람들에게 쓸쓸함은 당연한 모습인 듯하다. 보는 입장에서는 그들의 ‘싱글라이프’가 신기하고 재미있긴 한데, 가끔은 그들이 안쓰럽게 느껴지곤 한다.  
 
 1인 가구가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20%가 넘는 비율을 차지하게 되면서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혼자 식사하는 식당부터 1인 노래방까지 개인에 시선을 맞춘 서비스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한 요리프로그램에서는 자취에 통달한 웹툰 작가가 기상천외한 자취요리를 만들어 소개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대학가는 1인 가구를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대학가에 거주하는 ‘홀로족’들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의미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에게 자취방과 대학가는 그저 잠시 머물기 위한 곳일 것이다. 
 
 문화부장으로 3학년을 시작한 지 삼 주 째, 요즘의 20대가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우리 주변의 ‘홀로족’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기획을 준비하기 시작한 기자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곳을 여기저기 찾아 다녔다. 그곳에도 ‘나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수많은 홀로족들이 혼자 있기를 거부하고 모르는 사람들을 초대해 식사를 하는 소셜 다이닝부터 청년들이 만드는 마을 공동체까지 다양한 모임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의 공통분모는 무언가를 혼자보다는 ‘같이’하려 한다는 것. 수업시간 팀플과제 앞에서 절대 남보다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함께 일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면서 더욱 가까워진다. 시골에서 살다 상경해 냉랭한 도시의 모습에 실망했던 기자는 도시의 마을로부터 불어오는 봄기운이 반갑기만 하다.    
 
 처음엔 큰 의미 없이 함께 식사를 하거나 대화를 위해 모였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지역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독거청년들을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하면서 또 하나의 가족이 된다. 모임을 위해 장을 볼 때에도 마을 사람들을 위해 주변 시장을 이용하고, 환경을 위해 자전거로 채소를 배달한다. 자기밖에 모를 줄 알았던 도시 사람들에게 여전히 공동체와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일시적인 만남도 소중하다. 처음 만난 사람들 앞에서 부모님에게도 말 못할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아무리 개인주의 사회라지만 사람은 사회를 떠나서 살수는 없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도 늘어날 젊은 홀로족에게 마을 공동체가 함께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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