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요즘 다시 ‘카드 돌려막기’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카드 돌려막기란 부족한 카드대금을 다른 카드의 현금서비스를 통해 일단 막고 보는 겁니다.


  안성캠의 수업지원은 카드 돌려막기와 유사해 보입니다. 결제일이 다가오는 카드를 먼저 막고 다른 카드 결제일을 기다리는 것처럼 급한 문제부터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덜 급한 요구들은 다음번으로 보류합니다.
 

물론 우선순위를 정해 효율적으로 지원을 하는 기준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한정된 예산으로 각 전공별로 균형 있게 지원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니까요.


  그러나 안성캠의 경우 특성화된 전공이 많아 객관적인 수치로 우선순위를 정하기 힘든 점도 있습니다. 또한 임시방편인 돌려막기를 계속 반복하다보면 이자에 이자가 붙어 결국 빚이 늘어날 뿐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것처럼, 급한 우선순위에 밀려 보류된 2,3순위 문제들이 시간이 지나며 급한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즉 지금의 돌려막기식 수업지원은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죠. 특히나 안전문제와 직결된 노후 기자재의 경우 수리해서 쓰더라도 위험성에 대한 학생들의 우려는 계속됩니다.


  ‘카드 돌려막기’를 한 이유가 개인의 과도한 소비일 경우 비판받기도 하지만 부족한 수입과 힘든 경제적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경우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반성이 요구됩니다. 수업지원 예산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돌려막기 되고 있고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현 상황은 전자보다 후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있는지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요.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2012년도 기준 ‘사립대학 실습비, 기자재구입비, 도서구입비 현황’ 통계에 의하면 중앙대의 지출총액 대비 기자재구입비 비율(기자재구입비/지출총액 x 100)은 1.4% 입니다. 조사 대상인 152개의 사립대학 중 91위를 차지했죠.(1위는 동서대 8.0%) 이 데이터에 따르면 중앙대의 기자재 지원은 본부의 예산 배정 우선순위에서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임시방편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어렵지만 명쾌합니다. 기자재구입비 확충 등 수업지원 예산을 늘리는 것입니다. 수업지원은 교육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고 이는 학생들의 본분인 ‘배움’을 뒷받침하는 기본적인 학습 환경입니다.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경험의 기회가 충분한 수업환경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특성화 학문단위의 학생들은 현장에서 프로들이 일하는 작업환경과 유사한 환경에서 학습이 진행돼야 합니다. 특성화된 인재양성을 위해 대학 본부의 예산 배정에서 수업지원 예산확충 필요성에 대해 재고가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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