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7일 서울캠 최초의 비정규직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중앙대분회가 출범했다. 연이어 지난해 11월 8일 한국노총 중앙대지부가 출범하며 학내 간접고용 노동자인 환경미화·시설·방호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밝혀졌다.  
 
▲ 지난해 11월 6일 민주노총 중앙대분회 환경미화노동자들이 처음으로 정시출퇴근 투쟁을 시작했다. 중대신문 자료사진

실제 노동시간보다 적은 임금

위험에 무방비 노출

 

“우리는 언제나 약자다”

  중앙대 캠퍼스를 책임지고 있는 환경미화·시설·방호노동자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다. 대학본부가 용역업체에 도급을 맡겨 고용한 이들인 것이다. 비정규직으로서 일상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렸던 그들은 그간 자신들의 처지를 말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동조합 출범 이후 그들의 근무환경이 낱낱이 드러났다.   
 
  환경미화노동자의 출근 시간은 계약상 오전 7시로 정해져있지만 오전 6시쯤이면 모두 출근을 마친다. 강의실이 많은 법학관의 경우 오전 4시 30분에 출근하는 이도 있다. 강의가 시작되는 오전 9시 전까지 청소를 끝내기 위해서다. 지난학기 기준으로 환경미화노동자는 각 건물 당 평균 1.54층의 청소를 담당했다. 오전 7시에 출근할 경우 두시간 남짓한 시간 내엔 본인의 담당 구역에 있는 강의실, 화장실, 복도, 계단 등의 청소를 끝마치기 힘든 실정이다.
 
  출근이 이르다고 퇴근이 빠른 것은 아니었다. 전 환경미화 용역업체인 T&S와의 계약에 따르면 퇴근 시간은 오후 5시였다. 점심시간을 제외해도 하루 평균 10시간 가량 근무하는 셈이다. 1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책정한다 하더라도 9시간씩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용역업체는 하루 8시간만큼의 임금만을 지급했다.
 
  외곽청소 역시 이들의 몫이었다. 환경미화노동자는 외곽청소용 피복도 없이 건물 밖에 쌓인 낙엽이나 쓰레기를 쓸었다. 눈이 내리는 언덕길을 쓸다가 넘어지기 일쑤다. 봅스트홀 담당 환경미화노동자인 A씨는 “해방광장으로 내려가는 언덕길에 쌓인 눈을 치우다가 넘어져 다리가 골절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2013년 당시 민주노총 서경지부에 소속된 대학사업장 환경미화노동조합 13개 중 건물 내부 청소를 담당하는 여성이 외곽청소까지 담당하는 대학은 중앙대가 유일했다.
 
  휴게공간도 변변치 않았다. 학생문화관의 경우 휴게실 입구 쪽에 두루마리 휴지 등의 물품이 쌓여있어 창고 한켠에 휴게공간이 조성돼 있었다. 대학원의 경우도 지하 2층 계단 아래에 휴게실이 마련돼 있지만 천장이 낮아 허리도 제대로 펼칠 수 없다. 이에 대학본부에서는 환경미화노동자들의 환경 개선에 나서 학생문화관 1층에 새로운 휴게실을 마련했지만 아직 대학원은 휴게실 개선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시설노동자의 경우 초과근무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냉·난방기를 담당하는 기계직 시설노동자는 특히 심각했다. 기계직 8명 중 주임 1명과 102관(약학대학 및 R&D센터) 담당자 2명을 제외한 5명은 월평균 8회 정도 연장근무를 한다. 주말이라도 학내에 강의나 행사가 예정돼 있다면 출근하곤 했다. 하지만 초과근무수당이라고 지급되는 것은 고작 1일 식비 4500원뿐이다.
 
  또한 이들의 임금은 4년째 제자리다. 시설노동자 김정갑씨는 “방호노동자의 임금이 60만 원가량 인상될 동안 우린 한푼도 오르지 않았다”며 “누구보다 많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형평성에 맞는 정당한 임금을 원한다”고 말했다.

 

작업 중 콧노래 금지

교내 외부인사와 면담 금지

 

대학본부와 용역업체 도급계약서 논란

  지난 1월 8일 대학본부와 전 환경미화·방호 용역업체인 T&S사이의 미화관리 도급 계약서의 일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대학본부는 미화관리 도급 계약서의 부록인 ‘청소용역시방서’ 내용 중 일부 조항으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문제가 됐던 조항은 ▲‘작업 도중 콧노래, 고성을 삼가야 하며, 휴식 시 도박행위를 금지하며 사무실 의자 및 쇼파 등에 앉아 쉬지 않도록 한다’ ▲‘작업시간 중 교내에서 외부인사와 면담을 일절 삼가도록 한다’ 두 가지였다. 언론을 통해 이 내용을 알게 된 민주노총 중앙대분회 윤화자 분회장은 “그런 조항이 계약서에 있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민주노총 중앙대분회는 1월 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대학본부는 해당 문제에 관한 기사가 나오자 곧바로 중앙인 커뮤니티에 이에 대해 해명하는 글을 올렸다. 해명 글을 올린 홍보실은 “청소업무 대행에 대한 계약서의 내용은 청소용역에 대한 계약 시에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문안이다”며 “청소구역 내에서 근무 중 타인의 의자 등에서 휴식을 취하지 말라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리고 1월 24일, 대학본부가 전교생들에게 보낸 메일에 따르면 “학교 특성상 도서관, 강의실 등을 청소하면서 콧노래나 잡담, 고성을 자제해 면학 분위기를 유지하고자 함이었다”고 밝혔다.  
 
  홍보실의 해명 글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자 대학본부는 1월 14일에 문제가 되는 조항을 삭제하고 용역업체와 다시 계약서를 작성했다. 새로운 용역업체와의 계약서에서도 이 같은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새로운 환경미화·방호 용역업체인 에스텍에이스 백순호 팀장은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조항은 계약 내용에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세 가지 요구로 협상 결렬

무리한 요구냐 당연한 권리냐

 

용역업체와 민주노총 팽팽히 대립

  민주노총 중앙대분회와 전 환경미화·방호 용역업체인 T&S는 결국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T&S가 단체협약서에 포함된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신규직원 추천권’, ‘노조활동 유급 보장’ 조항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T&S와 대학본부의 용역 계약이 만료될 때까지 T&S 측은 ‘무리한 요구’라는 입장을, 민주노총 측은 ‘당연한 요구’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작년 12월 17일 서울캠 총무팀장이 ‘환경미화노동자들의 파업과 시위에 관해’라는 제목의 글을 중앙인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위 세 가지 조항이 주목을 받게 됐다. 이 글에서 서울캠 총무팀장은 세 가지 조항이 단체협상을 결렬시킨 이유라고 밝혔다. “이 요구사항은 환경원들의 근무조건과는 상관이 없는 조항이며, 이를 받아들인다면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으로 T&S와 민주노총 간 협상이 결렬됨.”

  민주노총에서 제출한 단체협약서에서 세 가지 요구의 자세한 사항을 찾을 수 있다. 단체협약서 제28조 1항에 ‘징계위원회는 노사동수 각 4인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2항에서는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밝히고 있다. 가부동수 시 부결되며 해고의 경우는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게 된다. 위원구성이 노사 동수가 되면 2항으로 인해 사실상 양측 모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의결하기 힘들 수 있다.
 
  신규직원 추천권과 관련한 조항은 제34조 4항이다. 이 조항으로 인해 결원이 생길 경우 회사는 7일 이내에 부족인원을 충원해야 하며, 이 기간 내에 충원되지 않으면 조합이 추천하는 자의 채용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 단, 조합에서 추천하는 자가 없을 경우 회사는 결원 인원의 임금 총액을 대체로 근무하는 조합원에게 기타수당 명목으로 지급해야 한다.
 
  근무시간 중의 노조활동의 유급을 보장하는 조항도 있다. 단체협약서 제8조에서는 각종 회의, 교육, 교섭, 행사 등 조합과 관련된 각종 대내외 활동 및 기타 이에 준하는 활동이 노조활동이라고 정의돼 있다.
 
  총무팀장의 글에 이어 T&S 측에서 ‘중앙대학교에 근무하는 미화 여러분들에게 전하는 글’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학교 곳곳에 부착했다. 징계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할 수 없는 이유로 ‘회사의 질서를 어지럽힌 직원의 경우에도 서경지부가 동의해 주지 않으면 회사는 징계조차 할 수 없음’을 들었다. 신규직원 추천권에 대해서도 ‘서경지부가 채용하지 말라는 자는 아무리 회사에 필요한 사람일지라도 채용할 수 없으며, 직원이 퇴직한 경우 서경지부에서 추천하는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며 노조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경지부는  모든 조합원이 근무 중 조합활동을 하더라도 모두 유급으로 인정하여 급여를 지급하라고 무조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노조활동이 근무시간일 경우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됨을 알렸다. 즉, 이러한 요구는 회사의 경영권 및 인사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무리한 요구임을 못 박았다.
 
  민주노총은 이를 악선전이라며 반박했다. T&S의 경우 취업규칙에 징계 사유를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어 사용자의 인사권 남용으로부터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해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직원 추천권은 회사가 채용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도록 강제하기 위해 요구하는 것이었다. 자연감소 인원이 생길 경우 즉시 충원을 회피하고 회사가 용역비를 챙기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조합활동을 유급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근무시간 외에만 조합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이유로 들었다. 또한 이를 악용할 경우 ‘불법 쟁의행위’로서 처벌받게 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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