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Lois Stevenson사람들은 뭔가를 팔면서 살아간다(Everybody lives by selling something)”고 말했단다. 맘속으로는 쟤 또 뭐 파는 거야?”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신성한 학문 공동체인 대학이 팔고 사는 장터이고, 교수와 학생이 뭔가를 주고받는 교환관계로 보이나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 하루를 강의와 강연을 팔면서 살아간다. 안 되었다 하는 눈으로 보지 말라. 인간관계, 사회 질서 유지의 본질, 관계의 비밀을 말함이다. 팔면서 살아간다기보다는 지불하면서 살아간다고 말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Edgar H. Schein의 도움을 주고받는 잔잔한 자서전적 수필인 Helping(2009)을 읽고, 걷고, 사색해본다. 읽고, 걷고, 생각하는 것이 나의 주특기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에는 경제가 묻어난다. ‘관심을 기울이다, 존경을 표하다, 사회적 빚을 갚다, 칭찬을 하다, 비용을 부담하다(pay your attention, pay your respects, pay off social debts, pay a compliment, pay the piper)’에서 보듯이 우리가 쓰는 어휘에는 세일즈가 많다. 우리는 사회적 통화를 주고받으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한다. 유무형의 통화를 사용하면서 우리의 길을 간다. 이 학교에 오기까지 시간, , 에너지, 관심을 적지 않게 지불했다. 길을 나아가려면 뭔가는 지불해야 한다. 가기 싫은 저승길을 가는 데도 노잣돈을 준비해야 한다. 돈 이외에도 쓸 수 있는 사회적 통화로는 사랑, 관심, 인정, 수용, 칭찬, 도움 등 부지기수다.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가장 중요한 통화 중의 하나는 도움(help)’이다. 도움은 인간이 표출하는 사랑과 여타 돌봄 감정을 표현하는 주된 방법 중의 하나이다. 내가 아니라 조직문화, 사회심리학, 프로세스 컨설팅의 대가인 Edgar H. ScheinHelping에 나오는 대목이라 권위가 선다. 캠퍼스는 서로 학문적 도움을 주고받기 위해, 달리 말하면 사회적 통화를 기반으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삶의 공동체, 학문 공동체이다. 공동체인 만큼 서로 뭔가를 지불하면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한다. 이 때 사용할 수 있는 돈 중의 돈이 도움이다.
 
세상만사가 그러하듯이 캠퍼스의 하루도 뭔가를 팔고사고, 주고받으면서 이루어진다. 내 등을 긁어다오. 그러면 네 등을 긁어주마. 사회적 통화다. 사회적 경제가 세상의 이치, 캠퍼스의 일상이다. 잠자리에 들면서 경제적 통화 못지않게 사회적 통화를 얼마나 썼나를 생각해보라. 경제적 통화는 쓰면 쓸수록 줄어들지만 사회적 통화는 쓰면 쓸수록 늘어난다. 돈이 없어도 사회적 통화만으로도 캠퍼스의 부자가 될 있다. 서로의 도우미가 될 때 캠퍼스는 부유해진다.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고맙다는 말로 갚아야 한다. 도움을 받을 때가 사회적 통화를 사용할 때이다. 세상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사회적 통화를 잘 쓰는 사람이다. 우리 캠퍼스는 경제적 통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통화를 자랑하는 캠퍼스면 좋겠다. 캠퍼스에도 봄은 온다. 사회적 통화로!
 
이희수 교수
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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