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서지영 기자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
기업과 대학 간 교류와
개인의 도전정신 요구돼

 

  눈 한 번 깜빡이면 임영신 총장이 어른거린다. 또다시 눈 한 번 깜빡. 낭만에 취한 학생들이 학교 잔디밭을 나뒹군다. “우리 때는 지금처럼 대학이 빡빡하지 않았지. 그야말로 낭만의 공간이었어.” 수십 년 전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미소 짓는 그. 이젠 한 대기업을 이끌어나가는 임원이지만 그의 열정만큼은 스무 살 청년이었다.   
 

  -포스코에 입사하게 된 사연은.
  “한마디로 도전이었다. 원래 학사와 석사를 도서관학과에서 공부했지만 기업에서도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포스코 공개채용 공고가 떴고 바로 지원을 하게 됐다.”
 

  -도서관학과 출신이라니 이색적이다.
  “도서관학과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포스코에 입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도서관학과 교수를 꿈꿨으니 말이다. 하지만 공부를 계속 하면 할수록 학자의 길이 멀다는 것을 느꼈다. 거듭되는 공부에 나름 지쳤던 모양이다.(웃음)”
 

  -전공과 다른 곳을 선택해 후회는 없나.
  “직장생활 초창기엔 이따금 도서관학과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대학교수를 꿈꿔왔었던 지난날에 대한 아쉬움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마다 힘들게 공부했던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도저히 다시 돌아가고 싶은 용기가 안 나더라.”
 

  -그래도 이젠 포스코에서 최장 근무자라던데.
  “맞다. 쉬지 않고 40년 넘게 일을 해왔으니 현재 포스코 직원 중에서 가장 입사기수가 높지 않을까 싶다.”
 

  -40년이란 시간 동안 고민도 많았겠다.
  “앞서 이야기를 한 것처럼 입사 초창기엔 진로에 대한 갈등이 끊이질 않았다. 결론적으로 보면 포스코를 택한 것이 최고의 선택이었지만 그 당시엔 나름 고충도 컸다.”
 

  -긴 세월을 포스코와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나.
  “포스코는 국가적 사명감이 강한 기업이다. 우리가 하는 일 하나하나가 국가와 국민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니 자존감이 커졌다. ‘대한민국의 발전’이란 막중한 사명감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의 꿈에 대해 갈팡질팡 고민이 많았던 그. 얼마 뒤 그는 자신의 영역에서 매섭게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포스코경영연구소 부회장이란 자리에 올라섰다.
 

  -포스코경영연구소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곳인가.
  “포스코경영연구소는 포스코의 싱크탱크(Think Tank)다. 싱크탱크는 모든 학문분야 전문가의 두뇌를 조직적으로 결집하여 조사·분석 및 연구 개발을 하고 그 성과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곳은 포스코가 현재 어떠한 상황인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연구하고 분석하는 곳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를 구성하는 인력들 또한 남다르겠다.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있다. 우선 포스코경영연구소 구성원 대부분이 석·박사 출신이다. 전공분야로 구체화하면 경영학도와 경제학도가 두드러지며 그 외 전공출신자들도 고루 포진돼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주로 ‘경영’연구로 포스코 경영에 관한 문제 해결, 재무 마케팅 분석, 교육연구 등이 있다.”
 

  -포스코는 전반적으로 학위가 높은 사람만 있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현장직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포스코경영연구소는 포스코의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하다 보니 유독 고급 인재들로 구성됐다. 어디서나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인재들이 아니다.”
 

  -또 다른 보직을 맡고 있는 포스코인재창조원은 어떤 곳인가.
  “2013년에 만들어진 포스코인재창조원은 그룹 내 인재를 성장시키기 위해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는 곳이라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교육을 받는 대상자는 주로 그룹의 임원과 직책보임자, 핵심인재, 신입/경력사원 등이 있다.”
 

  -다년간 현장 경험을 통해 수많은 신입사원을 보았을 텐데 그들의 장·단점을 꼽자면.
  “요즘 신입사원들의 가장 큰 특징은 모두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어학 실력이며 학업 성적이며 여러 방면에서 빼어난 건 틀림없다. 하지만 정신자세에 있어선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다. 책임감 있게 희생하고 행동하는 부분 말이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기업은 협동정신을 중요시한다. 공동으로 협업하여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덧붙여 각 개인의 윤리성과 책임감 그리고 도전의식이 요구된다.”
 

  -신입사원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나.
  “신입사원 교육은 포스코인재창조원에서 이뤄진다. 대학 신입생 OT처럼 계열사마다 특징에 맞는 교육을 시행한다. 대개 적응기간을 1개월 정도로 잡고 추후 2~3년 간의 현장실습을 이어 간다. 사실 포스코에선 직원들이 3년 차 정도는 돼야 전문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대학졸업자들이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한편 현장에서는 마땅한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특별한 묘안이 없는지 알아봤다.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의 변화상을 제시한다면 무엇이 있나.
  “보통 기업에서는 대학이 인재를 육성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최근 신입사원들만 보더라도 굉장히 유능한 인재들이 넘쳐나고 있다. 여기서 대학의 변화상을 제시하자면 연계성이 뚜렷해질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기업체와 학생 간의 교류다. 그 과정을 통해 학생은 기업이 제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현장과 연계되는 실무 경험을 익히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대학’과 ‘교수’의 발전상을 묻고 싶다. 
  “예전만 해도 기업체와 대학 간 프로젝트가 늘 있어왔다. 보통 기업이 얻고자 하는 자료가 있을 경우 교수에게 자문해오는 구조였다. 이 과정에서 두 주체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기업들은 프로젝트 수행시 전문 컨설팅 회사를 먼저 찾는다. 아무래도 전문성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에서 유추하면 대학과 교수가 발 빠른 기업의 변화상을 분석할 줄 알아야 하고 그만큼의 정보망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현장 감각이 필요할 때다.”
 

  -포스코의 경우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진행하고 있나.
  “포스코는 포스텍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또한 해당 학생에게 입사를 전제로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급하고 있다. 대신 기업과제가 많이 주어진다. 이런 연계 과정이 중요한 것은 그에 맞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학협력 체결과정을 통해 선발된 인재들은 그만큼 역량이 큰 것 같다.”
 

  -기업과제가 자주 언급되는데, 기업과제가 왜 중요한 건가.
  “요즘 정부과제도 많이 주어지고 있는 실태이지만 그만큼 기업과제도 중요하다. 특히 기업과제는 실행 가능성이 높다는데 무게를 둘 수 있으며 프로젝트 수행자의 취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취업에 대한 압박감도 잠시. 세상은 무릇 청년들에게 창의적인 인재가 되라 말한다. 하지만 청년들은 창의적인 인재란 말에 좀 의아해하기도 한다.
 

  -요즘 학생들은 적성에 대한 갈등도 큰 것 같은데.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그 분야의 천재성이 있듯 직장인도 다 적성이 따로 있다. 마치 아무나 시인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무턱대고 좋은 기업에 취업하려는 자세보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떠한 분야에서 빛을 발휘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저기서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한다. 어떤 게 진짜 창의적 인재인가.
“이스라엘의 경우 보통 대학 졸업 후 사업을 시작한다. 자신이 하나의 기업인으로서 회사를 운영해보고 아이디어 상품도 제시해보는 거다. 여기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자들이 보통 취업 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우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한마디로 틀에 박힌 사고를 뛰어넘어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이 필요할 때다.”
 

  -창의적 인재의 덕목은 무엇인가.
  “융합하려면 멀티 인재가 되어야 한다. 과거엔 보통 경영학 학사를 취득하면 석·박사도 똑같이 이어갔다. 하지만 창의적 인재 시대에 걸맞게 복합학문을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복수전공이 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무언가를 전공했다는 사실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사고 훈련도 함께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 자신에게만큼은 엄격한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잠깐의 편의를 위해 새치기하려는 습관도 버려라. 항상 신중하게 기회를 엿볼 수 있는 견문 높은 사람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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