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관 전 한 체험자가 본인의 영정사진 앞에서 유서를 작성하고 있다.사진제공 효원힐링센터
 
불만스러웠던 
지난날들
죽음 앞에서
소중함을 깨닫다
 
  “이제 여러분은 영원히 떠날 것입니다.”
어느 날 내가 죽었다. 쾅. 관이 닫히자 눈을 감은 듯 캄캄한 어둠과 적막이 온몸에 엄습한다. 여기저기 울음소리가 관 밖으로 새어나온다. 그때 해볼 걸. 그때 말할 걸. 막상 죽음이라는 끝을 마주하니 그동안의 후회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뒤늦은 후회는 관 속에서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영등포구에 위치한 효원힐링센터에서는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죽음을 미리 연습해보는 것이다. ‘힐링’과 ‘다잉’의 합성어인 ‘힐다잉’이라고 불리는 임종체험은 효원상조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 가상의 죽음을 통해 지나온 날을 성찰하고 삶의 가치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 행사의 취지다. 36개의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삶의 만족도는 26위에 그치는 한국 사회. 그간 ‘죽고 싶다’며 우는소리를 해댔던 우리는 죽음 앞에서 과연 어떤 표정짓게 될까.
 
  영정사진부터 수의, 유서까지 죽음을 준비하다
  지하철 2호선 당산역 9번 출구로 나와 길을 따라 꺾으면 효원힐링센터가 보인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우측의 카메라가 시선을 끈다. 바로 임종체험의 첫 단계인 영정사진을 찍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순간을 카메라 렌즈 앞에 서왔지만 이번만큼은 만감이 교차한다. ‘찰칵’하는 셔터 소리와 함께 이승에서의 마지막 모습이 담겼다. 
 
  검은색 띠가 둘린 자신의 영정사진을 들고 도착한 곳은 임종체험실. 그곳에는 입관 때 실제로 쓰이는 수십 개의 관과 수의가 놓여있다. 자신의 영정사진을 비추는 촛불 앞에서 체험자들은 흰색 모시 수의를 입는다.
 
  임종체험의 마지막은 유서로 마무리된다. 글자 글자마다 그간의 미안함과 후회가 가득하다. ‘미안해 엄마, 그동안 너무 속 썩여서….’, ‘그 흔한 가족여행 한번 못 가봤네.’, ‘고마웠어.’ 체험자들은 유언장의 마침표를 찍고 나서야 지난날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는다. 그래서 이승에서의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관 속에서 지난 과거와 마주하다
  관이 열리고 체험자들은 관 속으로 들어가 눕는다. 정용문 센터장의 목소리가 담담하게 전해졌다. “이제 세상과 영원히 작별하겠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죽을 것입니다. 장기의 기능이 서서히 멈추고… 이제 당신은 죽었습니다.” 10여 분의 시간 동안 체험자들은 캄캄한 관 속에서 죽음을 마주한다. 
 
  어둠과 적막이 흐르는 죽음의 시간. 그들은 이제껏 살아온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모습을 본다. 미안함과 후회, 아쉬움, 때늦은 사랑들이 눈물이 되어 마구 흐른다. 그간 죽음이란 것은 두렵고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체험자들에게는 이제 다른 의미다. 정용문 센터장은 “죽음을 직시함으로써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깨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죽었다 깨어난 것처럼
  “과거의 아픈 것들은 관에 남겨두고 새로운 세상에 새롭게 태어나겠습니다.” 관이 다시 열리자 미세한 촛불 빛이 어스름 사이로 비쳐온다. 한 발 한 발 관 밖으로 몸을 옮긴 체험자들은 서로의 삶을 새로이 축복했다. 
 
  임종체험 한 번으로 삶이 완전히 뒤바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미리 경험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한 번 더 되새겨 볼 수 있다. 아내와 딸과 함께 온 이영덕씨의 눈가에도 촉촉이 눈물이 맺혔다. “가족 간의 다툼과 소통의 부재가 있었어요. 힘든 시간이었지만 용기를 내 다 같이 신청했죠. 가족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관 속에서 느꼈습니다.”
 
  우리의 오늘이 과연 건강한지 질문을 해봐야 할 때다. 웰빙부터 힐링까지,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해답을 찾으려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살았다. 정용문 센터장은 수백 번의 임종체험을 지켜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학생부터 노인까지 이곳을 찾아요. 짧든 길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행복의 의미를 찾아갑니다. 결국 본인이 행복점(set-point)을 만드는 거예요. 해답은 이미 나와 있어요. 단지 죽음을 경험함으로써 깨닫게 되는 거죠.”
 
  네이버 웹툰 ‘죽음에 관하여’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두려울 수 있어. 생각조차 하기 싫을 수도 있지. 그치만 죽음에 대해서 알아야 할 건 현실이란 거야. 부정적, 긍정적을 떠나 그냥 있다는 사실말야. 삶은 단 한 번뿐이야. 무슨 반전을 기대해?”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삶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우리의 오늘을 건강하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
 
 
■예약정보
-인터넷 예약. www.hwhealing.com
-전화 예약. TEL: 1644-3350
-센터 직접 방문 예약. 영등포구 영등포 8가 
 우송빌딩 4층(예약 후 예약확인전화 필수)
 
■체험정보
-각 프로그램 정원 40-60명
-예약 취소는 1주일 전까지
-강의 취소는 3일 전에 통보
-비용: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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