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청탁을 받고 개강호에 들어갈 기사들에 대해 생각해봤다. 막상 발행된 신문을 펼쳐보니 내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우선 총장이 사라졌다. 매 학기 중대신문 개강호를 집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가 총장 인터뷰다. 총장의 입에 큰 기대는 걸진 않는다. 인터뷰어(기자)와 인터뷰이(발행인)의 특수 관계, 홍보와 견제라는 모순되는 가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중대신문의 특성상 인터뷰를 통해 적나라한 대학의 속살을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제된 말투와 긴장된 문맥 사이에서 대학 정책 방향을 적잖게 유추해 볼 수 있다.
 
  현재 중앙대 앞에 놓여 진 현안은 산더미다. 직제 개편, 환경 노동자 문제, 학생회 선거 파행, 구조조정 후속조치, 신캠퍼스 추진 등 총장에게 듣고 싶은 게 많았다. 그런데 인터뷰가 없다. 총장이 거절했는지, 기자들이 놓쳤는지, 아님 다음호에 준비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봤으면 좋겠다.
 
  환경 노동자 파업 관련 기획도 발견되지 않았다. 신문을 펼치기 전 가장 기대가 컸던 아이템이었다. 중대신문은 이 사건 전후 맥락을 생략한 채 새 업체와 계약했다는 사실만 스트레이트로 처리했다. 7면 탑으로 배치된 ‘서울캠 환경·방호와 시설 담당할 새 용역업체와 계약 체결’이란 기사는 입찰 소식과 새 업체 소개, 몇 가지 쟁점에 대한 업체 반응과 전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얼마나 뜨거웠던 사건이었나. 대학을 떠난 후 바깥에서 중앙대란 이름을 이렇게 자주 접하긴 처음이었다. 인터넷 포탈을 달궜던 기사들, 여기에 딸린 비난 일색의 댓글을 꼼꼼하게 읽어봤다. 반응을 살펴볼수록 내가 중대 졸업생이란 사실이 머쓱해졌다.
 
  이번 사건을 단순하게 처리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악덕 사업주와 고통 받는 노동자, 이를 방관하던 대학본부와 침묵하는 학생, 노동자들의 파업과 연대, 대학본부의 미흡한 대응과 이미지 하락 등 건드릴 지점이 너무나 많다. 대학의 자본화와 사회적 책임, 노동 운동의 새 움직임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논의도 이끌어 낼 수 있다. 중앙대 사건을 시발점으로 1,600명 노동자가 지난 3일 전체 파업에 들어갔다. 시의성도 충분하다. 물론 대학본부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자들까지 피해가서는 안 된다. 어설픈 대처로 중앙대 가족들에게 상처를 준 대학본부는 사건을 곱씹어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볼 수 없었던 건 꼭지 소개다. 개강을 맞아 중대신문에서는 뉴스아카이브, 뉴스A/S, 킬링타임, 너에게 듣는 이웃나라 등 몇 가지 새 꼭지를 마련했다. 흥미로운 기획이었지만 소개가 없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친절한기자들’이 없어졌다고 친절함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
 
 
전종윤 동문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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