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 이야기’는 우리의 고민을 중앙대 외국인 유학생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코너입니다. 이번 호에선 한국 사람들의 나이에 따른 인간관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3명의 학생들을 만나 서로의 문화에 대해 얘기해봤습니다.
 
 
 
 
 
Sweden
요아킴 룬드마크(Joakim Lundmark)
경영전공 4학년. 사실 요아킴에게 한국에 온 이유는 따로 있지 않다. 중국과 한국 중에 교환학생을 어디로 갈지 고민하던 그는 별다른 고민 없이 한국행을 선택했다. 그러나 막연하게 온 새로운 문화권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나날이 새롭다.
 
 
 
 
 
France
나타니엘 마틴(Nataniel Martin)
컴퓨터공학전공 4학년. 컴퓨터공학전공자인 그는 인터넷 강국에서 더 발달된 컴퓨터 기술을 배우고 싶어 지난여름 한국을 찾았다. 유럽과는 달리 와이파이 신호가 너무 잘 잡혀 놀랐다는 그는 한국 학생들과 많이 친해지지 못해 아쉽다고 한다.
 
 
 
 
 
United Kingdom
알렉스 에스퀴스(Alex Asquith)
국제경영전공 3학년. 유럽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동양의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 한국에 오게 됐다. 규모가 작고 지방 쪽에 위치한 모교 때문에 다소 심심했던 영국 대학생활을 했던 그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간판의 불빛이 끊이지 않는 서울시에서의 생활이 신기할 따름이다.
 
 
 
 
 
  길을 걷다 낯선 외국인이 길을 물어온다면?! 보통의 한국인이라면 영어 울렁증에 주눅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낯선 외국인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울렁증이 있다는데. 언어뿐만 아니라 한국 특유의 인간관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 명의 외국인 학생들을 만나봤다.
 
  -한국에 와서 친구는 많이 사귀었나.
  요아킴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학업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더라. 지난학기에 기숙사 룸메이트가 한국 학생이었는데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서 친해지기 힘들었다. 그래도 가끔 얘기를 할 때 서로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면서 대화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웃음)
  나타니엘 문화적인 차이 때문인지 친해지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국 학생들보다는 외국인 교환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는 편인데 친해질 수 있는 직접적인 계기가 있지 않은 이상 한국 학생들과 친해지기 힘든 것 같다.
  알렉스 나도 한국인들과 친해지는 게 생각보다 힘들더라. 제일 큰 문제는 언어적인 장벽인데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우니 친한 친구가 되기는 정말 힘들었다. 본인들이 영어를 잘 못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들이 많은 것을 보면 한국 학생들이 외국인들 앞에서 많이 수줍어하는 편인 것 같다.
 
  -한국과 자국에서는 학생들이 노는 방식도 다를 것 같다.
  요아킴 한국에 온 후 일주일에 몇 번씩은 꼭 치킨과 맥주를 먹는다.(웃음) 다른 점이 있다면 스웨덴에 살 때는 친구들을 집으로 자주 초대하곤 했는데 한국에서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할 수 없어 많이 아쉬울 따름이다. 친구네 아파트에 놀러가 요리를 하며 맥주를 한잔 마시던 것이 그리울 때가 많다. 집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10명 정도의 친구를 불러 함께 요리한 음식을 먹으며 영화를 보곤 했다.
  나타니엘 비슷한 것 같다. 주로 함께 클럽이나 술집에 가 술을 마시는 편이다. 나도 프랑스에선 친구 집에 자주 놀러가곤 했는데 큰 집에 사는 친구는 30~40명의 친구들을 단체로 초대해 바비큐 파티를 열기도 한다. 유럽은 물가가 비싸 집에서 요리하는 것이 훨씬 싸서 그런 것 같다.
  알렉스 영국에 있을 때는 8,9명 정도의 친구들과 단체로 축구경기를 보러가곤 했다.
 
  -자국 친구들과는 친하게 지내는 편인가.
  요아킴 고향 친구들과 어렸을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축구팀, 하키팀 등의 활동을 하며 9년을 함께 지내서 그런지 정말 친하다. 지금은 각자의 길을 찾아 흩어졌지만 방학 때 고향에서 만나면 친하게 지내는 편이다. 만나서 5분만 얘기하면 이전처럼 다시 편해지는 것이 한국의 친구개념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나타니엘 나 같은 경우 친구를 대할 때 기분에 따라 행동한다. 가끔 할 일이 너무 많으면 몇 주 동안 친구와 연락을 하지 못하다가도 친구를 보고 싶으면 다시 연락을 하곤 한다. 내 친구들은 연락을 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해 주는 편인데 이런 점이 한국과 서양의 차이인 것 같다. 지금도 프랑스에 있는 친구들과 거의 연락을 못하고 있지만 프랑스로 다시 돌아가면 그 친구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다.
  알렉스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멀리하면 그만이다. 한국 학생들은 한 번 친했던 사람과는 평생 친하게 지내려 노력하는 것 같은데 한때 친했었다는 이유로 일부러 연락을 계속 하는 것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과는 가끔 페이스북 댓글을 달며 연락하는데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아도 길에서 마주치면 어색하지 않더라.
 
  -유럽 사람들도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나.
  요아킴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부모님께서 솔직하게 살아가라고 자주 말해주셨다.
  나타니엘 물론 신경은 쓰지만 애써 다른 사람들 눈에 잘 보여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자신의 외모에 지나치게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한국은 지하철에서도 성형외과 광고를 정말 많이 볼 수 있던데 사실 성형을 과다하게 하는 한국인들을 보면 조금 충격적이기도 하다. 외국인들도 물론 외모에 관심이 많지만 성형까지 하지는 않는다.
  알렉스 나도 조금 신경을 쓰는 편이다. 첫인상이 좋게 보였으면 하기 때문이다. 성형을 하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이니 상관은 없지만 외국인들은 누가 어떻게 생겼어도 그것을 그 사람만의 개성이라고 생각하며 존중해주려 한다. 그래서 외모에 많은 관심을 쏟지는 않는 편인 것 같다. 이런 것도 문화적인 차이가 아니겠는가.
 
 
  한 학기동안 한국에서 지낸 그들은 한국 사람들의 인간관계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나이에 따른 호칭사용은 유럽문화권에선 볼 수 없는 한국만의 이색적인 문화였다. 관심사만 같다면 나이와 관계없이 친구로 지내는 유럽과는 달리 나이에 따라 친구가 구분되는 한국은 그들에게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이런 한국사회의 문화는 학교 안에서도 엿볼 수 있다. 선후배간의 위계질서가 바로 그것이다.
 
  -유럽에선 친구 사이에 나이가 중요하기도 한가.
  요아킴 친구 사이에 나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나이가 조금만 어려도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곤 한다. 물론 스웨덴에서도 3,40살이 차이가 나면 예의를 갖춰야 하지만 1,2살밖에 차이나지 않는다면 나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 나보다 한 살 어린 알렉스도 나한테 형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한국의 호칭문화를 알고 있는 이상 이야기가 다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웃음) 
  나타니엘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것이 더 좋은 경험인 것 같다. 내 나이대의 친구들이 겪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들을 수 있더라.
  알렉스 같은 관심사가 있고, 성격이 잘 맞으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 나이가 5살 이상 차이나더라도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국에도 선후배 문화가 있나.
  요아킴 스웨덴에는 선후배라는 개념이 전혀 없어서 아무도 서로가 몇 학년인지 신경쓰지 않는다. 입학 후 처음 몇 달 간의 어색한 시간이 지나면 다 같은 학생일 뿐이다. 한국에서는 선배들이 후배들한테 어느 정도 권위를 갖고 술을 따르는데 외국에서는 선배가 나한테 술을 따라주면 고맙다고 한다. 스웨덴에서 내 친구들의 4분의 1은 선배다.
  알렉스 물론 입학 후 첫 1년은 학교가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두 친구가 된다. 같은 축구팀을 좋아하는 등 관심사가 같다면 쉽게 친구가 되더라.
 
  -교수님과의 관계는 어떠했나.
  요아킴 한국은 교수님과의 관계도 조금 위계적인 것 같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교수님들과 눈을 마주치지 말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웃음) 이전에 다니던 대학에서는 한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이 너무 많아 학생들의 이름 대신 번호를 부르기도 했다.
  나타니엘 이곳과는 다르게 교수님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재밌는 것은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선생님과의 관계가 상당히 위계적이었다는 것이다.(웃음) 
  알렉스 교수님들과 상당히 친하게 지냈었다. 학교가 작은 편이어서 그런지 문제가 있으면 교수님과 상담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곳 학생들도 교수님과 친해지려 노력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 한 교수님 주변에 한국 학생들이 모여 함께 이야기하며 걸어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도 기본적인 위계 때문에 교수님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내 생각을 밝히기는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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