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는 학생들의 요구가 대학 행정에 발빠르게 반영되는 대학 중 하나이다. 대학본부는 실시간으로 관계자들의 답글이 달리는 중앙인 커뮤니티부터 학내 언론까지 민감하게 귀를 열어놓고 있다. 고질적인 병폐도 여론화되면 즉각적으로 해결책이 나오는 풍토는 변혁을 시도하는 중앙대의 큰 자랑거리다. 
 
 그러나 막상 학생의 수요가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풍토가 만족도를 높이기보단 피로도를 가중시키고 구성원들을 주눅들게 만드는 악영향을 미치곤 한다. 최근에는 징계성 인사를 우려하며 말을 아끼거나 침묵하는 취재원들의 빈도가 크게 늘기도 하고, 본지로서도 인터뷰이의 경질 처분을 우려해 기사 수위를 조절해야 할 만큼 과오를 대하는 학내 분위기가 냉담하다.
 
 상벌제도를 엄격하게 운영하며 변혁의 초석을 다지는 중앙대의 모습을 기꺼워하는 이들이 많다. 묵은 때를 벗기듯 연이어 발생하던 과오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대학본부의 엄정함만큼은 인정할 만하다. 다만 잇달은 개혁으로 업무 분장이 모호한 상황에서도 솔선수범해 일하는 책임감 있는 직원들이 몸을 사리게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선 곤란할 거다.
 
 천년제국 로마는 패전의 책임을 물어 처벌하지 않았다고 한다. 상벌에 해이했다기보단 실패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솔선수범해 책임을 맡고 나서서 일하는 이들이 순간의 오판이나 실수로 경질되고, 책임을 떠넘기는 이들만 활기를 치는 분위기를 조성해선 안된다. 실패의 경험으로 성장한 이들을 온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중책을 맡기는 대학본부의 지혜가 대학교정의 언 몸을 녹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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