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가시겠습니까?”
 
 물음에 대한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 자동차 바퀴살은 이미 도로 위를 질주한다. 마치 처음부터 알고 가는 것처럼 말이다. 기자는 늘 택시를 타면 난감한 상황과 마주하곤 한다. 낯선 택시기사의 질문과 눈빛. 이후 기자는 우유부단하기 그지없는 대답을 쏟아낸다. “최대한 빠른 길로 가주세요.” 
 
 툭 내뱉어 놓고 돌이켜보면 참 바보 같은 대답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택시를 이용하려는 목적 중 하나가 바로 빠르고 편안하게 가기 위해서니 말이다.
 
 어리석은 기자는 그 ‘편안함’과 ‘속도’라는 함정에 갇혀 ‘요금’을 폭탄 맞기도 한다. 무슨 말이냐고? 대중교통이 끊긴 컴컴한 새벽녘. 이따금 기자는 학교 앞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학교와 집까지의 거리는 대략 10.5km. 짧지도 길지도 않는 거리를 갈 수 있는 루트만 수십 가지다. 택시기사가 어디로 향하는지에 따라 일명 ‘호갱님(?)’이 될 수도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애초 기자의 어리석은 대답으로 빚어진 불상사인데……. 
 
 판도라 상자가 열린 도로 위. 눈앞에 생각지도 못한 한강이 흘러간다. 가로등 불빛에 그을린 한강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곳이었으나 편히 바라볼 수 없는 노릇. 하지만 기자는 단 한 번도 택시기사에게 ‘왜 하필 이 길로 둘러가야만 하는지’ 되물어본 적은 없다. 아마 말 수가 적은 성향이 한몫 차지했을 수도 있다.
 
 다음날이면 기자는 꼭 동료기자들에게 자칭 ‘서울구경’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는다. 이에 동료 기자들은 잠시 눈살을 찌푸리는 듯하다가 그만 웃어넘기고 만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선택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동료기자가 신문사 일을 놓고 “어떻게 하면 빨리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아마 효율적인 일 처리를 묻는 요량이겠지만 언제나 기자의 대답은 뻔한 “네가 알아서 이쪽저쪽 따지지 말고 다 알아봐!”로 매듭짓는다. 
 
 요 며칠 편집장이란 자리에 앉아있으니 하루에도 수십 번 후배기자들이 묻는다. “이거 어떡하면 되나요?”, “또 어디로 가면 되죠?”, “선배, 빨리 마감할 수 있을까요?”라고 말이다. 질문하는 후배기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목적지를 향해 찾아가는 길이 겁나는 듯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걱정 없이 빠르게 가는 방법을 요구하는 눈빛이었다.  
 
 속도보단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이에 중대신문은 익숙함을 떠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그중 하나가 바로 대학보도면 확대다. 이유는 학내 사안을 빠짐없이 보도하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문화면에서는 ‘트렌드’면을 신설해 2014년도 대한민국 문화의 현주소를 낱낱이 분석하게 된다. 여론면에선 ‘취업’면을 만들어 극심한 취업난을 극복하고 취직에 성공한 동문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보다 풍성한 읽을거리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한 것이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수십 가지의 루트가 낯설었던 만큼 처음은 늘 설레고 두렵다. 하지만 이젠 ‘편안함’과 ‘속도’란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진짜 길을 찾아갈 때다. 
끝으로 묻는다. 
 
 “여러분들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위해 바삐 달려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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