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연구년을 마치고 오래간만에 학교에 돌아왔다. 봄이 오는 초입의 교정은 각종 건설공사로 새로운 희망에 들떠있지만 저변에는 냉소적인 겨울바람이 여전히 압도적인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대의 유일한 정론지를 지향하는 중대신문은 2014년도를 어떻게 견디어 나갈 것인가. 
 
  독자의 입장에서 몇 가지 당부를 하고자 한다. 저널리즘의 생명은 ‘공정함’과 ‘사실보도’다. 많은 사람들은 공정함의 의미를 대립되는 입장을 ‘중립’이라는 이름하에 병렬적으로 보도하는 것이며, ‘사실보도’를 ‘객관적 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사안이 현실의 권력관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위계적 권력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간의 대립과 갈등이 발생할 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사실만을 보도하는 것은 공정함의 탈을 쓴 편파보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 두 가지 입장의 파생 조건은 불균등한 자원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평등한 차원에 놓여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갈등의 근원 또한 지배집단의 이익 재생산과 긴밀한 연관을 가질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취재와 보도, 최종 편집의 과정에서 권력의 입김이 거세다면 외압의 공포에 시달리는 언론인은 스스로를 검열하게 마련이므로, 최종 보도물은 사회적 강자를 대변할 확률이 높다. 실제 대기업과 국가기관은 그들의 이익에 반하는 기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할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을 갖추고 있다. 반면, 사회적 약자들은 늘 표현이 제약되거나 침묵을 강요당해 왔고 이들의 표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체계 또한 부실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도된 외적인 현상은 오히려 실재를 왜곡했거나 외면했을 가능성마저 있다.
 
  그러기에 공정한 사실보도를 지향한다면 명심해야 할 점은 지식과 권력의 불가분의 관계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현실구성력을 지닌 언론인의 막대한 책임감일 것이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권력의 편에 서는 것이 스스로에게 얼마나 이익이 되는 일인지 잘 안다. 그리고 이 길을 벗어날 때 자기에게 돌아올 실질적인 피해가 어떠할 것인지도 잘 가늠한다. 그러나 진정한 언론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현실 이면의 불편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통찰력과 부당함에 눈감지 않고 권력에 굴하지 않는 뚝심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되묻자. 나는 어떤 신념을 가지고, 무엇을 위해 중대신문사의 기자가 되었는가? 단순히 미래 직업을 위한 커리어 쌓기에 몰두할 때, 누군가의 눈치를 보거나 지시에 굴복할 때, 그리하여 편안하고 안락한 방식의 보도 관습을 기계적으로 유지할 때, 어느새 미래의 나는 특정 이익 집단에 복무하고 이를 재생산하는 권력의 시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나영 교수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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