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대 학생 아홉 명이 숨졌다.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가 문득 하나의 의문이 생겼다. 오리엔테이션이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사전적 의미가 아닌, 해마다 이걸 주최하고 실행하는 각 학교와 학생회의 입장 및 행사 취지와 같은 동어반복도 아닌, 이 오리엔테이션(OT)이란 행사의 진정한 목적이 궁금해졌다. 나는 그 동안 세 번의 OT에 참석했는데 기억에 남는 건 새내기들이 공들여 준비했던 장기자랑과 여럿이 둘러앉아 부어라 마셔라 했던 즐겁고도 유쾌했던 술자리가 대부분이다. 물론, 내가 후배의 입장이었을 때 선배들은 좋은 말을 많이 해줬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선배의 입장에서 내가 후배들에게 좋은 말들을 많이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말들은 술이 들어간 상태에서 듣거나 했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도무지 기억할래야 기억하기가 힘들다.
 
과연 OT란 무엇일까. OT는 단순히 즐거움만을 위한 시간일까? 그렇다면 왜 고작 며칠의 즐거움을 위해 재학생은 행사 준비에 많은 시간과 스트레스를 들여야 하며, 새내기들은 타지에서 열리는 장기자랑 1등을 위해 입학도 안 한 학교에서 구슬땀을 흘려야만 하나. 그리고 과연 이 과정에서 강요 없이 모두의 자발적인 참여와 의사결정이 이뤄질까? 오히려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새내기들에게 시작에서부터 도태되면 안 돼와 같은 경쟁 심리를 암묵적으로 주입하며 내재되어 있는 자기현시성을 이끌어낸다는 추측이 그럴듯하진 않을까. 잠깐의 고됨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면 나 역시 OT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즐거움보다 고됨이 더하다면 무늬만 다를 뿐 군대 장기자랑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재학생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행사 준비도 힘들었겠지만 이건 서막에 불과하다. OT라는 행사의 시작과 동시에 그들은 케인즈도 예측 불가능할 불확실한 미래와 싸워야 한다. 말 그대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학생회라는 이름의 소수 정예 특공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불철주야 눈을 부릅뜨고 행사가 끝날 때까지 버텨야 하는데, 이들 한 명당 책임져야 할 새내기의 수가 너무 많다. 이러다 보니 매년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또 생전 처음 가본 장소에서 어리둥절할 새내기들을 리조트 한 켠에 몰아넣고 대학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 새내기 배움이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스스로 뭔가를 느끼고 받아들이는 게 배움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이건 효율적인 새내기 가르침일지는 몰라도, 새내기 배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새내기 배움은 1년을 거치며, 사람마다 각기 다른 경험을 겪으며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제대로 된 배움이 없는 OTMT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OTMT에 앞서 술에 낯선 이들에게 술의 즐거움을 가르쳐 주는 자리에 불과한 건가? 결국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현재 오리엔테이션엔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졸업을 앞둔 내게 새내기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면, 첫 학기 첫 강의실로 향하는 시작의 설렘이었지 오리엔테이션이 아니었다.
 
학교에 운동장이 존재했을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곳이 OT를 위한 주차장이 아닌 OT의 공간으로 쓰이면 어떨까 하고. 축제 때 쓰는 무대를 하나 설치해 놓고 단과대, 전공 구분 없이 새내기만 운동장에서 하루 주구장창 놀면서 학교의 공기를 느끼는 것이다. 새내기에게 배움을 강요하고, 장기자랑을 강요하는 게 아닌 오로지 배움의 시작만을 기념하는. 하지만 운동장은 이제 없고, 내 상상력은 고갈되었다. 혹시 후에 누군가가 OT에 대해 문제점을 느끼고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페리클레스처럼 당당하게 나서서 이것에 대해 역설해주길 조심스레 바랄 따름이다. 더불어 새내기들의 소중한 대학생활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류지환 학생
신문방송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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