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 전문 인력이 부족하던 시절 미국에서 의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여성이 있었다. 당시 의류학과 학생들을 양성할 수 있는 교수가 필요했던 중앙대는 그녀를 초빙했지만, 타 대학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던 그녀는 올 수 없었다. 올해 퇴임을 맞이한 정삼호 교수(패션디자인전공)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어릴 때부터 그녀는 옷을 예쁘게 고쳐 입었다. 언니들로부터 옷을 물려받아 입어야 했기 때문이다. 헌 옷을 세탁소와 양장점에서 수선하며 생긴 패션에 대한 관심은 그녀를 제주대학교 강단에까지 오르게 했다. 수려한 자연경관에 반해 제주까지 물 건너간 그녀는 그곳에서 해녀복을 연구했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만든 해녀복은 기능성 면에서 취약했다. “그때 다짐했죠. 기업들을 대신해 기능성 옷을 만들겠다고.”
 
 정년퇴임을 앞둔 정삼호 교수.
 기능성 옷에 대한 관심은 그녀의 교육철학에 영향을 미쳤다. 그녀는 강단에서 단순히 이론만 가르치지 않았다. 교수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학문의 실용화를 이뤄내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매 학기 수업이 끝날 때마다 그녀는 항상 미니 패션쇼를 연다. 이론으로만 배운 것을 제자들이 실습해보게끔 하려는 그녀의 배려다. 그녀 역시 평소 이러한 자신의 교육철학을 직접 실천한다. 학기가 끝나고 공장에서 공원들과 함께 일한 적도 있다. “옷 만드는 사람은 옷도 팔아봐야 해요. 공장일도 해보고. 이론으로만 괜찮은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직접 모두 체험해 봐야 합니다.” 
 
 정삼호 교수는 교수생활에 전념하기도 바쁜 시간 속에서 중소기업과 협력하며 연구소 일을 병행했다. 중앙대 실버의류실용화기술지원센터를 발족시켜 센터장을 역임하는 한편 장애인이나 노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기능성 옷을 연구했다. 
 
 그녀는 옷을 만들 때 이윤을 따지지 않는다. 몸이 불편해 정상인의 옷을 입기 버거운 장애인이나 이제는 나이가 들어 예쁜 옷을 입기 부담스러워진 노인들처럼 패션에 소외된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정삼호 교수다. 그녀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경찰청 공로상, 학교발전 기여 표창비, 산학연 협력 우수교수 연구상,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퇴임에 맞추어 정부에서 옥조근정훈장도 받을 예정이다. 
 
 정삼호 교수가 지금껏 걸어온 길은 쉴 틈 없이 바쁘기만 했다. “퇴임 후에는 주변 정리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며 쉬고 싶어요. 지금 있는 연구소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며 제가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고 싶어요.” 교수 생활 도중 얻은 큰 병 때문에 휴직계도 냈었다. 그러나 정삼호 교수는 그때마다 희망을 갖고 7전 8기 정신으로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라도 꿈을 잃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실력을 키우세요.” 남의 비방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 있게 행동하는 중앙대 학생들을 보고 싶다는 그녀다.
 
글·사진  하예슬 기자 yesul@cauon.net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