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스트홀에 위치한 연구실은 화학약품으로 가득하다. 책상에 놓인 약품을 애지중지하는 교수가 있으니 바로 퇴임을 앞둔 신세희 교수(화학신소재공학부)다.

  30년의 교수 인생은 흐르는 물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그 오랜 세월 학생들과 함께 울고 웃은 신세희 교수는 본인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제자들이 성과를 거뒀던 때를 가장 뜻 깊었던 순간으로 꼽는다. “예전 화학공학회 경시대회에서 제자들이 서울대 학생들을 제치고 금상과 은상을 수상했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학부생 시절부터 교수의 꿈을 키워왔지만 신세희 교수는 강단에 서는 것을 서두르지 않았다. 화학공학이론이 현실화되는 현장에서 실무경험을 먼저 쌓으려는 생각에서였다. 이를 위해 박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증유회사의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4년간의 현장경험을 통해 화학공학이 어느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지 학생들에게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학생을 생각하는 마음은 그의 강의방식에도 녹아 있었다. 30년 세월이 묻어나는 그의 강의노트에는 공학 서적에서 발췌한 자료와 문제가 들어 있다. 그는 강의노트를 적극 활용해 학생들의 이해를 돕고 있었다. 공학 과목의 특성상 많은 문제를 접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강의노트는 어둠 속 한 줄기 빛과 같았다.

  그런 그가 화학반응을 주전공으로 삼은 것은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목표 때문이었다. 15년 연구의 결실로 신세희 교수는 발암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세제 개발에 성공한 이력이 있다. “교수직을 마칠 때가 되니 그 목표에 한층 더 다가간 것 같네요. 학술적인 분야의 논문도 의미가 있지만, 실용적인 제품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용적인 연구를 추구하는 만큼 그는 우수한 사람만이 사회에서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최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하는 거죠.” 이런 연유로 그는 수능 점수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다. 신세희 교수는 재능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는 학생들에게 교양수업을 열심히 들으라고 조언한다. “교양과목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들에게 숨은 재능과 적성을 발견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신세희 교수는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도 전했다. 학생들은 자신을 경쟁력 있는 인재로 키워달라고 학교에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것. “학생들은 등록금은 제대로 내되,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해달라고 주장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조교가 붙어 학생들의 공부를 돕는 등 좋은 교육 제도가 정착돼 있는 미국과 달리 교육 시스템이 미비한 한국의 사정이 안타까운 그다.

  퇴직 후 신세희 교수는 그간 구축해온 기술을 바탕으로 연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교정을 떠나는 것이 시원섭섭하다고 말하는 신세희 교수. 공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그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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