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충남 당진군에 있는 29,058m2 면적의 부동산이 중앙대에 전달됐다. 공시지가는 약 20억 7천만 원으로 개인 기부자로서는 중앙대 역사상 가장 높은 기부액이다. 이런 파격적인 기부의 주인공은 중앙대 약학대 출신 이기안, 노신희 동문이다. 전 재산을 모교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현찬 기자 hcc@cauon.net 
사진 박가현 기자
 
당신에게 중앙대란?
 
“중앙대는 내 삶의 터전을 마련해준 곳이다. 중앙대가 아니었다면, 약학대가 아니었다면, 스승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지도 못했을 뿐 더러 돈을 벌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돈을 벌지 못했다면 기부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듯 나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 줬으니 내가 아끼고 챙겨야 할 것 아닌가. 중앙대란 터전을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어 후배들이 그 터전을 더 잘 쓸 수 있게끔 하는 게 우리 부부의 소망이다.”
 
 
지난달 19일 이기안, 노신희 부부 동문의 부동산 발전기금 전달식이 진행됐다. 두 동문의 거룩한 기부를 빛내는 자리였던 만큼 이날 행사에는 학내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이후 학내·외에서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던 기부소식의 주인공, 이기안 동문을 중대신문이 만나봤다.
-지난달 발전기금 전달식에 참석했다.
“지난달 19일에 발전기금 전달식을 치렀다. 기증한 토지의 3분의 2는 내 이름으로, 3분의 1은 아내 이름으로 돼 있어 부부의 공동명의로 기증했다. 전달식에 이용구 총장님과 박용성 이사장님까지 참석하시면서 학교가 너무 크게 우리 부부의 일을 환대해주는 것 같아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정말 기쁘고 감사했다.”
-기부한 토지는 어떻게 쓰일 예정인가.
“학교에선 중앙대 설립 100주년을 맞아 중앙대 100주년 기념관 건립에 기부액의 절반을 쓰기로 했다. 나머지 절반은 우리 부부의 이름을 건 ‘약학대학 이기안, 노신희 장학기금’ 조성에 쓰일 예정이다.”
-최고 수준의 예우를 받았다는데.
“우리 부부가 명예 약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100주년 기념관 시설물에 이름이 새겨지는 등 최고 수준의 예우를 받았다. 그런데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다. 아내나 나나 자신을 내세우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학교의 극진한 대접이 부담스러웠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고맙다.”
 
 이기안 동문이 정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들이 이런 엄청난 기부를 하기까지는 30년간의 약사활동이 뒷받침됐다. 충남 당진군에 있는 땅이 중앙대에 전달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는지 궁금했다.
-역대 최고액수의 기부액이다.
“전 재산을 기부했다.(웃음) 그 땅은 아내와 내가 과거에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서 성수약국이란 약국을 운영하면서 벌어온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
-아내와 함께 30년을 약사로 일했다.
“사실 대학을 졸업하고 제약회사에서 7년간 재직했다. 내가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아내는 성수약국을 차려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었다. 약국은 보통 2명의 약사가 운영하는 게 정석인데 아내가 혼자서 일하는 게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와 같이 30년 동안 성수약국을 운영했다. 불과 2년 전까지도 같이 약국을 운영하다가 아는 후배한테 약국을 넘겨주고 아내와 나는 현재 은퇴한 상태다.” 
-당진군에 있는 토지는 어떻게 얻게 된 것인가.
“그 땅은 30년 전에 약국을 운영하다가 한 지인의 소개로 얻게 된 부동산이다. 당시엔 몇천만 원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한 땅인데 30년이 지난 지금은 공시지가가 20억 원대로 올랐더라. 땅값이 올랐다고 그 땅을 계속 갖고 있어서 무얼 하겠는가. 아내와 상의한 끝에 결국 모교인 중앙대에 기부해서 후배들을 위한 교육환경을 개선하는데 일조하고자 했다.”
-기부하는 데 있어 아내와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 같은데.
“물론이다. 기부하는 데 있어서 오히려 아내가 더 앞장서는 편이다. 아내의 인생모토는 공수래공수거,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 그 부동산을 성당에 기부해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수도원을 짓는데 쓸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내는 모교에 기부하는 게 우리 부부에겐 더 의미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나도 아내의 생각에 찬성해 그 토지를 모교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모교에 기부하기로 한 이유가 있다면.
“아내와 나는 모교에 입은 은혜가 크다. 그 은혜를 갚아야겠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그 은혜를 베푼 것 같아 기분이 좋다.”
 
 20억 원이 넘는 거액의 토지를 기부한 것은 모교에 대한 부부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모교에 대한 이기안 동문의 애정은 졸업 이후 꾸준한 기부활동으로 이어졌다. 중앙대에 대한 애정, 특히 약학과에 대한 애정으로 드러나는 그의 모교사랑에 대해 들어보았다.
-모교를 굉장히 사랑하는 것 같다.
“나는 태어나서 크게 3가지 은혜를 받았다. 부모님에 대한 은혜, 스승에 대한 은혜, 그리고 모교에 대한 은혜가 그 3가지 은혜다. 모교에서 배운 약학을 기초로 평생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고 내가 받은 만큼 학교에 보은해야 하는 게 사람의 도리인 것 같았다. 그래서 졸업한 이후에도 조금씩 모교에 기부금을 내곤 했었다.”
-후배에 대한 애정 또한 대단하다.
“후배들이 사회의 훌륭한 재목으로 성장했으면 한다. 우리 부부가 기부한 장학금을 통해 더 나은 교육환경이 마련될 것이고 그에 따라 더 실력 있는 후배들이 들어올 것 아닌가.”
-이번 기부를 통해 중앙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모교의 위상이 높아졌으면 한다. 학교의 위상이 높아져 좋은 학생들이 입학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부부의 기부가 의미 있게 쓰였으면 한다.”
-앞으로의 기부계획은.
“이제 더 이상 기부할 게 없다. 학교에 더 베풀고 싶지만 정말로 전 재산을 모교에 다 바쳐 버렸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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