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때입니다. 당시 전학생 신분이었지만 한 친구의 추천으로 반장선거 후보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친한 친구는 없었지만 반장이 되고 싶긴 했었는지 ‘할 수 없다’는 말을 구태여 하진 않았습니다. 물론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전학 온 지 일주일도 안 된 전학생을 반장으로 뽑아줄 친구는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요. 깔끔하게 ‘0표’를 받았습니다.


그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추천해준 친구가 저를 뽑지 않은 것도, 스스로 민망해 제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던 것도 잊지 못합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반장이든 회장이든 총학생회장이든 무조건 ‘선거’라면 치를 떨었던 것이. 벌써 십 년도 더 지난 일을, 그 민망함을 저는 여전히 기억합니다.


쉽사리 떨쳐지지 않는 요놈의 기억 때문에 편집장 출마를 얼마나 망설였는지 모릅니다. 망설임이 길어지니 잘해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없었습니다. 신문사 사람들도 이런 속사정(?)이 있는 줄은 몰랐을 겁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편집장이 된 지 벌써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반년 동안 꼬박 열두 번의 신문을 발행했습니다. 아쉽게도 맘에 꼭 드는 신문을 만들진 못했습니다. 막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운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더 잘할 수 있었다는 후회와 이제 좀 알 것 같은데 끝나버린 것 같은 허무함. 2년간 몸담았던 곳을 떠나니 조만간 상실감도 맛볼 테지요. 모쪼록 오랜만에 제 삶에도 ‘변화’의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변화를 앞둔 것은 비단 저만의 일이 아닙니다. 중앙대도 다시 한 번 꿈틀대고 있습니다. 대학본부의 행정조직 전면 개혁이 바로 그것입니다. 대학본부는 3년간 시행했던 계열별 책임부총장제를 사실상 폐지시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행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업무 분담의 모호와 책임소재 불분명 등의 문제는 결국 미완의 과제로 남았습니다.


새롭게 시행될 책임형 학장제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계열별 책임부총장제 시행 이전의 체제와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계열별 특성화 전략에 따라 효율적인 사업 진행을 하기 위해선 책임부총장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던 그때를요.


한 번 경험한 것을 잊기란 도통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십여 년 전 선거에서 낙마한 경험이 아직도 저를 옭아매고 있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이번 체제 개편이 더 중요한 걸지도 모릅니다.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해 과거의 체제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주어선 안 될 겁니다. 자칫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하던 과거의 상황을 부정하는 꼴이 돼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중대신문 편집장으로 쓰는 글도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망설임과 두려움으로 시작했던 자리였습니다.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 그 부족함을 채워주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마지막 아쉬움은 기나긴 시간 속에 묻어두렵니다. 그간 부족한 글 읽어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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