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를 열자마자 다시 닫았다. ‘우리나라 문학 교육은 엉터리’로 시작하는 서문이 자못 자극적이어서다. 게다가 춘향이를 보고 용감하게 야한 여자라고 한 술 더 뜬다. 춘향이가 미성년자의 나이에 이도령과 신명나는 섹스 파티를 즐겼다며 “내 말이 틀리다고는 못할 걸”이라고 으스대는 대목에서는 그 저의가 의심될 지경이다. 하지만 기자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독자들이라면 오히려 책장을 더 넘겨야 한다. 『마광수의 유쾌한 소설 읽기』(책읽는귀족 펴냄)의 저자 마광수가 정면으로 겨냥하는 것이 바로, 섹스에 대한 우리의 촌스러움이므로.
 
  문장만큼이나 그의 이력도 심상치 않다. 1992년 출간한 장편소설 『즐거운 사라』(청하출판사 펴냄)가 지나치게 외설스럽다는 이유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교수직까지 잃는 고초를 겪었지만 메시지는 더 분명해졌다. 섹스는 놀이다! 그는 이 올곧은 신념 하나로 총 32편의 소설을 유쾌하게 읽어냈다. 시대와 국적을 뛰어넘는 문학 작품을 오로지 성(性)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풀어냈다.
 
  마광수는 사랑꾼이다. 사랑과 섹스엔 도덕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문학이 섹스만큼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학에 설교가 끼어들면 재미는 반감된다. 하지만 세계의 작가들은 사회적 비난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러지 못했다. 그가 내내 지적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마광수의 성(性)은 유쾌하다. 낯설지만 불쾌하지 않은 포르노를 접한 기분이랄까. 그는 섹스에 대한 도덕적 부채감을 훌훌 털어버리라고 조언한다. 성에 대한 방어기제가 우리를 옭아매고 있다는 것을 깨우쳐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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