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캠 총학 선거가 끝났다. 기호 1번이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알음알음 들었다.
 
  올해 문창과의 투표율은 저조했다. 재학생 중 1/3 정도만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했다고. 나는 좀 놀랐다. 평소에 우리 과 사람들은 학교 일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정작 투표일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자기 일 하기에 바빴다. 실은 내가 잘못 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학교 일에 관심을 두고 활발하게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내 주위 사람들이라서, 학과 사람 전체의 이미지를 그런 식으로 부풀려서 생각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동시에, 투표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재조명해야 하지 않겠느냔 생각도 들었다. 이 글은 그러한 생각에서 나왔다.
 
  투표권은 말 그대로 투표를 행할 수 있는 권리다. 그렇다면 권리란 무엇인가. 이것은 법률 용어다. 법(法)의 중심개념이며 개인의 존엄과 가치의 표현이고, 일정한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법이 인정하는 힘이다.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어떤 일을 행하거나 타인에 대하여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힘이나 자격, 공권, 사권, 사회권이 있다.’ 그렇다. 권리는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힘’이다. 누구도 이를 통제할 수는 없다. 이것은 우리의 자유 영역이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왔고 지금도 바라고 있는 자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것을 응당 취해야 하지 않겠는가. 
 
  특히나 투표권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해야 한다. 투표권은 우리의 이데올로기인 민주주의의 밑바탕이기에. 이데올로기란 단순히 허공에 있는 사회 이념이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를 관통하고 지배하는 삶의 이념이다.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 속에서 살고 있는 이상, 우리의 정신은 민주주의에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 다들 알게 모르게 이 이데올로기를 정신 저 깊숙한 곳에 품은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투표권을 포기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며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은 삶을 그저 쾌락의 장으로만 이끌고 가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가 잘못되었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나는 단언하겠다. 잘못되었다. 일순간 쾌락을 즐길 수는 있겠지만 삶 전체를 쾌락으로 범벅하려는 것은 잘못되었다. 이러한 말들이 과해 보이는가. 아니다. 국가 공휴일인 선거일에 놀고먹기 위해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작아 보이지만 총학 선거도 결국 마찬가지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도 아닌데 투표를 하지 않는 건 결국 자신의 권리와 이데올로기를 저버리고, 그저 놀고먹겠다는 거다. 나는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권리를 가로막는 요인도 있다. 투표율 저조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 전반적인 사고의 문제다. 작년 대선 때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회사에서는 노동자의 투표권을 앗아갔다.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퇴근 시간을 당겨주진 못할망정, 야근을 시켜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물론 그 날 야근을 해야 할 만큼 잔업이 많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일을 처리할 소수만 남으면 될 일이었다. 그것은 계약 위반이었다. 서로의 권리를 존중해주는 것은 구성원들 간의 약속인데 그 약속을 어긴 것이다. 그 회사들의 사정을 알더라도 잘못을 덮을 순 없다. 이처럼,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뿐만 아니라 사회를 조직하고 있는 가정, 학교, 기업까지도 투표권에 대해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바로 투표권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권리 행사를 위해 힘써야 한다. 이러한 통제가 부당하다고 느껴야  한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자유다. 누가 앗아가는가. 누가 행하지 않는가. 그들은 모두 비겁자들이다.
 
 
박승열 학생
문예창작전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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