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781조에 보면 "자녀의 성은 아버지의 성을 따른다"는 조항이 있다. 그
동안 성은 부계혈통의 표지였으며 부계성으로 대를 이어옴에 따라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해왔다. 국적법, 동성동본금혼법, 호주제, 부가입적, 미혼모문
제, 여아낙태, 남아선호, 남녀차별과 같은 문제가 그것이다.

이러한 가부장제에 맞서 `위력적인 도전장'을 내민 사람들, 그들은 가부장제가
야기하는 모순을 타파하고 근본적인 남녀평등을 실현하고자 `부모성 함께 쓰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부모성 함께 쓰기 운동은 지난 3월 9일 여성연합이 주관
하는 3.8 여성대회기념 `한국여성의 날'에 이이효재 전 이대교수를 비롯한 1백
70명의 발기인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남녀간의 혼인이 가족의 혈통을 잇기 위한 것이라 할 때 부계의 성만 혈통으로
인정하는 부계혈통주의는 부당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역사적으로 시대에 따라
가족과 사회제도가 변하면서 성씨제도가 변해온 것과, 성(姓)이 생물학적 기
반을 지닌 혈통과 일치하지 않음을 감안할 때, 부모성 함께 쓰기 운동은 그 타
당성을 인정받는다.

결국 이 운동은 부계성의 신성성을 깨뜨려 양계존중원리로 삶을 구성해 가자는
것으로 그들의 근본취지는 꼭 부모성을 함께 붙여 쓰자는 것이 아니라 성에 관
한 부부의 동등권을 법적으로 보장토록 해 평등한 가정문화를 이루자는 것이다.
부모성 함께 쓰기 운동본부 고은광순 간사는 "이러한 경향은 세계적 추세이다.
독일의 경우 남편성만 따르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94년에는 합의
하에 Family name을 짓든지, 부부 각자의 성이나 자녀의 성이 자유롭게 선택
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받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렇다고 이러한 세계적
추세를 따르자는 것이 우선이기 보다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심각한 여아낙태,
남아선호사상에서 비롯되는 성비불균형 문제와 같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부모성 함께 쓰기 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모계성의 사용은 단순한 성의 변화, 그 이상의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부계혈통주의를 거부하기 위해서 이름의 상징성으로
정치화하려는 목적인 것이다.

한편 근본취지에 있어서는 설득력을 갖지만 시행을 두고 제기되는 문제점도
적지않다. 우선 다음 세대에 가면 성이 넉자가 되어 복잡해진다는 문제가 발
생하는데 이에 대해 이 운동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다음 세대는 남자의 경우
부계성을, 여자는 모계성을 존속시키면 된다고 말한다. 어감에 있어서도 입에
올리기 흉하거나 민망한 경우가 생기는 문제, 한 자 더 늘어 귀찮다, 보기에 안
좋다, 눈과 귀에 잘 안 익는다는 점 등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그리고 실제적인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도 있는데 재혼가정의 경우 어머니
가 새어머니일때 새어머니의 성도 같이 써서 `김박노。。'라할 것이냐 혈연을
중시하여 `김박。。'이라고 할 것이냐는 문제가 야기된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난점 때문에 운동을 반대하지만, 호주제 폐지는 찬성한
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운동에 대해 `실천은 난망이되 선언
적 효과는 있을 것이다'라고 비판하면서도 공감을 형성해가는 가능성을 시사
하는 이들도 있다. 여기에서 이 운동의 근본취지를 되돌아 볼때 부모성 함께
쓰기운동은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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