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경찰은 닮았습니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안에선 두 눈을 불태우며 조사하는 것이 말입니다. 가설을 세우고 증명해나가는 과정은 이들에겐 숙명이겠지요. 그래서인지 조사하던 중 별 문제가 아니라 판단될 경우에 느껴지는 당혹감마저 꼭 빼닮았습니다.

  기자들에게 이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지난 목요일 저녁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자 한 명이 헐레벌떡 뛰어와 ‘안성캠 선거와 관련해 이상한 점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내용인즉슨 선거 화면에 기권아이콘이 없어 특정 선거를 하고 싶지 않던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투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즉각 취재를 지시했습니다.

  의혹은 기사배치를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편집회의 자리에서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기자들은 밤새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거듭했습니다. 특정선거에 투표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를 진행하는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은 유권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까지 제기됐습니다. 비로소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자료를 참고해가며 예상 시나리오를 그려봤습니다. 이런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저런 문제도 있을 수 있다…. 깊어가는 밤, 기자들의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토요일엔 교수님들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대답은 예상했던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선거는 일종의 규칙이며,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서 합의된 사안이라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권이 없는 투표를 진행해야 다음 선거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느냐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원론적으로는 그런 문제 제기가 가능하지만 공익을 위해 합의를 거쳤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선거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해졌고, 관련 기사의 내용을 전면 수정했습니다. 다만 일부 학생들이 선거 과정에서 불편함을 겪은 것은 분명했습니다. 안성캠 선관위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선거에선 이번 논란들을 반영해 더욱 공정한 선거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다짐이 기자들의 허탈감을 채워주진 못했나 봅니다. 열심히 선거 원칙을 공부하던 기자도, 정치 서적을 뒤적거리던 기자도 연신 한숨을 쉬어댔습니다.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은 허망함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선거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것과 취재 과정 중 잘못된 사실을 신문이 발행되기 전 알게 돼 다행이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건대 이렇게 방향이 바뀌는 기사가 참 많습니다. 기사의 내용이 바뀔 때 당황하는 기자들도 참 많습니다. 그만큼 진실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아서일 테죠. 이번호(1808호)를 발행하고 나면 중대신문은 올해 단 한 번의 발행만을 남겨놓습니다. 진실의 무게를 견뎌내고 끝까지 완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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