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라는 공동체는 하나의 사회와도 같다. 국내 상위권 종합대학의 경우, 복수의 캠퍼스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을 합치면 작은 소도시나 군에 맞먹는 인구를 자랑한다. 또 구성원의 다양성은 어떠한가. 학부생, 대학원생, 교수, 강사, 교직원, 학내 노동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지닌 구성원들이 얽히고설켜 있다. 
 
이 복잡한 공동체를 이끌고 나가는 주체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소통’일 것이다. 사실 소통이란 단어는 학보를 읽거나 만드는 사람들에게 있어 마법과도 같은 단어다. 우리가 먹는 온갖 음식에 종류를 가리지 않고 첨가되는 MSG처럼, 모든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 방안으로는 ‘소통’이 제시된다. 이는 과거의 독단적 카리스마에 기반한 리더십보다는 상호 평등한 관계에서 소통하는 리더십이 주목받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소통이란 단어가 지겹게 반복되는 이유도 그래서다.
 
최근 경희대에서는 지난 8월 대학본부가 예산 책정 과정에서 수입의 과다 책정과 재정사업 실패, 지출 증가로 400억 원 가량의 예산을 조정할 것을 발표한 뒤로 대학본부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법인 이사회 역시 운영하고 있던 자산운용 기업의 실패와 여러 차례에 걸친 개방이사 선임 거부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학생회는 개방이사 선임 문제에 대해 대자보를 붙이고 학생 서명 운동을 벌였고, 교수들의 대표 기구인 교수의회에서도 대학본부에 공식적으로 관련 사안들에 대해 질의서를 보냈다. 그리고 11월에 양 캠퍼스 평교수들이 ‘경희대학교 정상화를 위한 교수연대’를 조직해 대학본부를 비판함으로써 이 논란은 다시 재점화됐다. 
 
사실 경희대는 구성원 간 소통과 운영 과정의 투명한 공개를 대학의 강점으로 삼고 있었고, 많은 구성원들도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최근 터진 이슈들은 본인에게도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이는 한 순간에 발생한 문제점이 아니라, 많은 구성원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다년간 누적되어 온 성격이 컸다. 학내에 전반적으로 위기의식이 확산되는 현재 대학본부가 어떤 방식으로 이들과 ‘소통’할지는 미지수다.
 
또한 2008년부터 추진되었지만 아직 터 닦기 공사조차 시작되지 못한 캠퍼스 마스터플랜이 그렇다. 사업이 발표된 이후로 조감도와 건설 규모는 수차례 바뀌고, 담당 조직도 계속 개편되었다. 예산 확보 문제가 가장 컸지만, 이 과정에는 대학본부 차원의 소통 부재도 한몫 했다. 올해 초만 해도 담당 부서에서 구성원들과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건설을 진행해 반대에 부딪혔고, 외부에서 스카우트된 당시 담당자가 사임하면서 한 달간 모든 사업이 중단된 적이 있었다. 결국 조직이 재편되어 새로운 설계도와 디자인으로 2014년 착공 예정이지만, 여태까지 사업이 진행된 과정을 지켜보며 추락한 신뢰도를 회복하려면 진행 상황을 비롯한 정보 공개와 소통에 보다 중점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주환 편집장
경희대학교 대학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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