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안 할 거다. 물론 기자가 되고 싶다 해도 어느 언론사가 받아주겠냐 싶지만 지금은 굳이 기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다. 지난 2년(수습기간을 제외하면 1년 6개월)간의 중대신문 기자 생활을 되돌아보면 잦은 밤샘작업과 스트레스로 육체와 정신 모두 건강하지 못했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나로썬 힘겨운 시간이었다. 그나마 2년이었기에 망정이지 이 일을 평생 하라면 절대 안할 거다. 

 

기자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곧’ 그만둘 거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아는 언니가 이런 말을 했다. 
 
“그만두고 싶니? 그럼 그만두고 싶은 경험을 한번 해봐.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더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을 텐데 그때마다 그만둘 거니?”
 
사실 그만둘 생각도 없었으면서 ‘나 정말 힘드니까 좀 알아달라’는 투정을 부렸다.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그만두고 싶었으면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않고 그만뒀을 거다. 
 
아마 그만두고 싶었던 그 마음은 중대신문을 선택하면서 포기하게 됐던 것들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좋은 학점을 얻지 못했다든가 어학공부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아니다. 소위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지 못해 아쉬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중대신문 보다 더 좋은 무엇이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미련이 더 컸다.   
 
대학 1학년 때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어떻게 대학생활을 해야 졸업 후 후회를 하지 않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졸업하기 전까지 ‘이것만큼은 꼭 알아내리라’ 명심한 세 가지가 있었다. 스스로의 장점과 단점, 좋아하는 것. 이 세 가지만 알면 앞으로 사는 데 고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6차 학기를 다니고 있는 지금까지도 이 세 가지 중 어떤 것도 파악하지 못했다. 일주일만 지나면 신문사를 떠나게 되니 2년 전 그 불안감이 다시금 밀려온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신문사 생활에 권태를 많이 느꼈다. 공강시간이면 취재를 다니고 마감이 다가오면 밤샘작업을 밥 먹듯이 하고 주말도 없는 생활을 계속하며 4년간의 대학생활 중 2년을 중대신문에서 보냈다. 중대신문 밖의 친구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고 나아가는 것을 볼 때면 회의감이 더욱 강해졌다. 특히 어떤 활동으로 인해 인정받고 행복해하는 또래 대학생들의 소식을 접하면 기사를 쓰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기사에 대한 칭찬은커녕 욕이라도 안 먹으면 다행이니 말이다.
 
중대신문이란 선택의 기회비용이 아까웠다. 2년 전 중대신문을 선택하게 되면서 포기하게 된 다른 선택지에 미련이 남았다. 이렇게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우연히 누군가의 말을 접하게 됐다. 그는 선택하지 않은 것을 ‘가지 않은 길’이라 표현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남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선택을 했기 때문에 미련이 남는 거죠. 미련이 남는 게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겁니다.”
 
미련이 남아서 다행이다. 지난 2년 동안 걸어온 중대신문이라는 길이 최고의 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이 길을 걸었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남았다. 함께 해왔던 많은 사람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내가 너무 미안해서’ 당신들을 잊을 수가 없다”고. 
 
김순영
대학기획부장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