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정정증후군 앓는 교수들
  • 김순영 기자
  • 승인 2013.12.0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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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에게도 성적정정기간 답답하긴 매 한가지
성적 때문에 사제관계가 각박해지는 것 같아 씁쓸해
최근들어 부모가 직접 전화하는 경우도 있어
 
 성적정정에 대한 스트레스는 학생만의 것이 아니었다. 교수들도 성적확인이나 정정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요청에 많은 고충을 겪고 있었다. 성적정정기간에 밀려드는 수십 명의 요청을 처리하다보면 다른 업무를 보기 힘들다. 학생들이 성적에 대해 궁금하고 잘못됐다고 생각해 정정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떠보기 식’의 요구가 적지 않은 것이 문제다.
 
사제관계 신뢰를 무너뜨리는 떠보기 메일= “성적을 낼 때면 강의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성적을 내는 건 너무 괴로운 일이다.” 인문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A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A교수는 성적에 대한 학생들의 알권리는 인정하지만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의 떠보기 메일이나 매 학기마다 상습적으로 요청을 하는 경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A교수는 전공수업과 교양수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전공수업과 교양수업 중 학생들이 보내는 성적확인 및 정정 메일은 비율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 전공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 5% 정도의 학생들이 성적 확인 및 정정을 요청한다. 하지만 교양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 성적 확인 및 정정을 요구하는 학생들은 전공수업을 듣는 학생보다 약 3배 정도 많다. 100명 중 15명꼴이다. 
 
  간혹 교수에게 원칙에 어긋난 요청을 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학생의 성적 산출 과정을 알려달라는 것. A교수에게 한 학생이 찾아와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보다 제 학점이 낮더라고요. 그 친구가 저보다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라며 자신과 친구의 성적 산출 과정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원칙도 지키지 않고 예의도 없는 학생들을 볼 때면 성적정정에 대한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된다. 
 
  A교수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성적정정을 둘러싼 교수와 학생의 신경전이 사제관계를 각박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는 “성적을 올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복도에서 마주쳐도 인사도 없이 지나치는 학생들을 볼 때면 씁쓸하다”고 말한다. 
 
  A교수는 “성적정정기간이 되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 것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는 교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취업이나 장학금 문제 때문에 성적을 올려달라며 울면서 매달리는 경우가 가장 난감하다”며 성적정정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가 변화하길 바라고 있었다.
 
 
성적확인 및 정정 외에 다른 업무는 못 봐= 교양학부대학에서 공통교양 과목을 맡고 있는 B교수가 한 학기에 가르치는 학생은 약 300명. 이 중 10% 내외의 학생들이 성적정정기간에 문의를 한다. 학생들이 출결이나 과제, 중간·기말 고사에 대한 세부점수를 알려달라고 하거나 채점한 것을 보여 달라고 하면 B교수는 학생들의 요구 사항을 거의 들어준다. 30명의 학생들이 한 번씩만 와서 요구를 해도 교수에겐 학생보다 30배는 힘든 일이다. 성적정정기간엔 학생들의 메일을 처리하는 것 외에 다른 업무를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성적에 대한 오류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줬음에도 성적을 올려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중 ‘+’를 달아달라고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런 경우 B교수는 “성적은 협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단호히 말한다. 
 
  B교수가 경험한 가장 황당했던 경우는 학생이 아닌 부모가 직접 전화를 해 성적을 올려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찾아보기 힘든 일이었지만 최근 1,2년 전부터 부모가 직접 교수에게 자녀의 성적정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하고 있다. 
 
  B교수는 “성적을 주는 것을 교수의 재량권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다”며 “성적을 올리고 싶은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성적은 공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학생 개개인의 사정을 고려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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