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교수님 마음은 모른다
  • 김영화 기자
  • 승인 2013.12.0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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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 안 오거나 못 보내거나
  성적이 깎이든 모호한 답변을 받든 답장을 받은 학생들은 나은 편이다. 어디 가서 억울하다고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성적확인이나 정정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낸 학생들 중 많은 경우는 오지 않는 답장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발만 동동 구른다. 하지만 답답함을 해결할 길은 없다. 수신 확인을 해보면 성적정정기간이 끝나가는데도 ‘읽지 않음’은 그대로다. 또 메일은 열렸지만 알 길이 없는 답장의 행방으로부터 학생들은 무기력해질 뿐이다. 
 
오지 않는 답장, 하염없이 기다릴 뿐= 광고홍보학과에 재학 중인 안수현 학생(가명)은 4년 전의 성적정정기간을 노심초사하며 보냈다. 성실히 참여했던 교양수업에서 C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 어디서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성적확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답변은 감감무소식이었다. 당시 안수현 학생은 하루에도 몇 번씩 메일함을 열어봤다. 답장이 왔는지, 본인이 보낸 메일이 수신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성적정정기간은 끝나가는데 정정은커녕 본인 성적에 관해 도저히 알 길이 없어 답답함만 커져갔다. 하지만 끝내 답장은 오지 않았다. 
 
   묘연해진 답장의 행방으로 그는 의문을 품기도 했다. “흔히들 ‘랜덤학점’이라고 하잖아요. 학생들 입장에서는 채점 기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하죠. 그런데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니까 타당한 성적을 받아도 이게 맞는 성적인지 불안한 거죠.”
 
   최근 안수현 학생은 4년 전 본인이 보낸 메일의 수신 확인을 해봤다고 말했다. “여전히 읽지 않은 상태더라고요. 2009년에 보냈는데 아직까지 읽지 않으신 거죠.” 학생들은 성적정정기간 동안 교수들의 답장을 노심초사 기다릴 수밖에 없다. 수업에 대한 교수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결국 안수현 학생의 기다림은 성적 기준에 대한 의혹으로 바뀌어 돌아왔다.
 
 
교수님 으름장에 메일 쓰기 두려운 학생들= 교수에게 성적 확인이나 정정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내고 싶지만 보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성적 확인이나 정정을 요청하면 미운털이 박힌다’는 등의 각종 루머와 학기 초 정정 메일에 대한 교수의 으름장 때문이다.
 
   박경진 학생(가명·사회대)은 학기 초 교수로부터 성적정정 메일을 보내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정 메일을 보내면 더 불리할 거라고 쐐기를 박은 것. 박경진 학생은 당혹스러웠다. “강압적인 교수님의 어조에 위축됐었어요. 고쳐주기 힘들다며 메일 자체를 못 보내게끔 했거든요.” 
 
   학기 말 학점이 공개된 후 성적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었지만 그녀는 선뜻 메일을 보낼 수 없었다. 혹시나 메일을 잘못 보냈다가 더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교수님이 사전에 경고를 해서 말하기가 어려웠어요. 설명을 듣고 싶었지만 여쭤볼 수 없었죠.” 하지만 여전히 그녀의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성적을 올려달라는 의도가 아니더라도 본인 성적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교수님들이 메일 자체에 거부감을 내비치시니까 성적 확인도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박경진 학생은 결국 메일을 보내지 못한 채 성적을 받아들였다. 알 길 없는 교수들의 속마음에 학생들은 애만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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