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가 참 중요한 때입니다. 재미없는 것은 시시하거나 지리멸렬하고 지루한 대접을 받고 있죠. 재미없는 것이 언제 대접받았겠냐마는, 요즘은 독특한 발상과 의표를 찌르는 재치 없이 각광받는 콘텐츠를 보기 힘듭니다. JTBC에서 핫하게 떠오른 썰전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캐스팅과 색다른 연출로 책상 하나 있는 스튜디오에서 큰 성공을 거뒀죠. 이런 경향은 비단 기성방송에 머물지 않습니다. 사소한 일상을 재치있는 애드립과 유머로 즐겁게 만드는 사람이 주위로부터 사랑받죠. 속된 말로 ‘no잼’인 저 같은 사람들이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가고 있어 마음이 아픕니다.
 
 종이매체가 점점 영상매체에 주도권을 내주고 직접 채널을 개설하는 모습엔 ‘no잼’을 거부하는 세태가 한몫했을 텝니다. 탐사취재로 굉장히 유명한 주진우 기자가 유명세를 탄 기점도 ‘나는 꼼수다’라는 재미있는 방송 덕분이었죠. 예능뿐만 아니라 시사를 다루는 분야에서도 ‘재미’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연세대학교 방송국의 개표방송이었습니다. 지인이 SNS에 링크를 걸어뒀기에 봤는데 정말 탁월하더군요. 총학생회 선거 개표를 그만큼 재미있게 묘사하는 방송은 여태 본 적이 없습니다. 정작 그 링크를 건 사람도 연세대 학생이 아니었으니, 연세대 학생들은 그 방송을 보면서 어땠을까요. 연세대학교 방송국에서는 그 방송을 준비하기 위해 며칠 동안 철야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방송을 위해 고된 철야작업을 며칠 동안이나 한 것이죠. 학업과 병행해야 하는 대학언론의 특성상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중대신문의 긍정적인 면은 재미있는 신문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고민은 회의를 끝낸 뒷자리에서도 나오곤 하는데, 대부분은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라는 명제를 세웁니다. 누가 재미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일단 제작자가 즐겁게 만들 수 있어야 하겠죠. 이를 위한 노력은 항상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제가 재직할 때는 개개인의 업무를 경감하고 휴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기도 했죠.
 
 하지만 만드는 사람이 즐겁다고 콘텐츠가 재미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또한 받아들여야 합니다. 만드는
사람이 즐거웠다는 말에 콘텐츠를 칭찬해줄 천사같은 독자는 세상에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유명인과의 인터뷰가 즐거웠더라도 그것을 재미있는 지면으로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죠. 즐거운 발상은 치열한 노력에 의해 좋은 콘텐츠로 태어납니다.
 
 이제 중앙대도 선거철입니다. 민주주의의 꽃이요, 축제인 선거를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재미있는 콘텐츠로 가공할 수 없을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학내 학생자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가는 학생사회에서 중대신문의 역할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방호준 전 편집장
연극영화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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