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안성교정에는 여느 때처럼 은행나무 잎사귀가 진입로를 색 노랗게 물들이고 이내 떠난 후, 초겨울의 전령이 교정 곳곳에 찾아들고 있습니다. 캠퍼스 통합으로 학생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교정의 쓸쓸함은 여느 해 이맘때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도서관 앞 승차장 2층의 식당 주인아저씨는 밤늦은 시간까지 오지 않는 고객들을 기다리며 점점 줄어드는 학생 수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걱정은 그 아저씨만의 걱정은 아닌 듯합니다. 안성교정에서 젊은 날의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많은 학생들은 이제 어쩌면 더 이상 자신이 속한 학과가 중앙대학교에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과 후배가 없는 반쪽의 학창시절을 바쁜 취업준비와 생활 속에서 간혹 떠올릴 수 있을 뿐입니다. 
 
 얼마 전 안성교정 국제관계학과 동문회인 ‘제24주년 국관인의 밤’행사를 다녀왔습니다. 마지막 학생회가 준비하는 이번 행사가 어쩌면 마지막 ‘국관인의 밤’행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졸업생들을 만난다는 설렘에도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습니다.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 하나 둘 졸업생들이 도착하면서 재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큰 놀라움은 이미 40대를 넘어선 제1회 졸업생, 제2회 졸업생 그 외에도 많은 초창기 졸업생들이 자리를 함께 해 주었다는 점입니다.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은 안성교정이 젊은 날 자신의 소중한 추억의 요람이었고,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뿌리라는 것을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의미는 오래도록 기억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졸업생들은 자신이 졸업한 학과와 모교를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 모인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은 뜻을 모아 ‘국제관계장학회’를 설립하여 모교의 발전에 작은 도움이 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24년간 안성교정 ‘국제관계학과’의 소중한 유산을 기억하기로 하였습니다. 90학번부터 10학번까지 1050명의 ‘국관인’들이 조금씩 장학회에 힘을 보태, 그 순서에 따라 새로운 학번을 가지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안성교정이 우리에게 준 소중한 시간들에 보답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 대학도 안성교정의 많은 통합된 학과들에서 지난 30여 년간 배출된 수많은 훌륭한 동문들의 후원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그날 행사장을 떠나오면서 어쩌면 내년에도 ‘제25주년 국관인의 밤’행사가 개최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참석한 모든 졸업생과 재학생들의 웃음 속에서 자신이 젊은 학창시절 몸담았던 학과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니라 발전하는 모교의 미래 속에서 학과가 자랑스럽게 기억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아름다운 안성교정을 사랑한다는, 그래서 자랑스럽게 그 유산을 이어가리라는 외침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그날 밤, 거리는 무척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백훈 교수
국제관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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