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 학생회장 피선거권 논란
일부 학생자치 침해 우려 반응

제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때 선생님께서는 반장 선거를 공고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반 등수가 중간 이상은 되는 친구가 반장이 될 수 있어.” 누구보다 리더십 있던 제 친구는 아쉽게도 등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결국 선거에도 출마하지 못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반장 출마 자격 논란이 중앙대 서울캠에서도 발생했습니다.
 

  인문대 학생회장 선거를 지도하기 위해 인문대학 선거지도위원회가 구성됐습니다. 인문대 학장, 인문사회계열 행정실장 등으로 구성된 선거지도위원회는 인문대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게 요청문을 보냈습니다. 그 요청문은 학생자치기구 선거지도 내규(내규)를 근거로 선관위에게 후보자 자격기준을 준수하라는 내용이었고요. 선관위는 인문대 학생회 선거 시행세칙(시행세칙)을 들어 후보자의 자격 무효에 반박했습니다. 선거지도위원회와 선관위의 계속된 논쟁 끝에 결국 인문대 선거는 무산됐고 내년 3월로 연기됐습니다.
 

  이전의 선거지도위원 소집 사례를 살펴보면 안성캠에서 2009년, 2010년, 2012년 세 번에 걸쳐 총학생회 선거지도위원회가 구성됐습니다. 서울캠의 경우엔 이번이 처음이고요. 2009년 소집된 선거지도위원회는 당시 선관위의 편파적인 징계로 발생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구성됐습니다. 2010년의 경우엔 부정선거 의혹을 해결해달라는 요청에 의해 구성됐고요. 2012년 선거지도위원회는 허위공약 유포로 소집됐습니다.
 

  이전 선거지도위원회는 모두 선거 과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된 것으로 이번 선거지도위원회와 소집 시점이 다른 특성을 보입니다. 선거가 시작하지도 않은 후보자 등록기간에 선거지도위원회의 학칙을 준수하라는 경고가 시작됐기 때문이죠. 선관위는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기 하루 전인 15일에 선거지도위원회로부터 요청문을 받은 것입니다. 일각에선 이와 같은 선거지도위원회의 사전 구성을 학생자치 침해가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후보자 자격 기준의 준수를 주장하는 선거지도위원회는 내규를 근거로 드는 반면 이에 반발하는 선관위는 시행세칙을 근거로 합니다. 선거지도위원회는 내규의 조항 선거권 및 피선거권 자격기준 중 전체 이수 학업성적이 평균평점 2.0 이상인 자, 학사 및 기타 징계 사실이 없는 자를 후보자 자격 기준으로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선관위는 시행세칙에 따라 해당 후보가 학생회장 후보로서 자격을 갖추었다고 밝혔습니다.
 

  계열의 내규가 당위성을 갖기 위해선 내규가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필요하지만 선례는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내규, 시행세칙 중 어떤 한 쪽을 적용할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지난 7일 법원은 노영수 학생(독어독문학과 4)이 소송한 중앙대의 피선거권 자격 조건 문제에 각하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의 판결문엔 학교가 총학생회 선거에 개입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어 시행세칙의 적용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본부는 각하 판결이 본안 심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므로 학교가 승소한 것으로 파악합니다. 즉 내규의 적용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죠. 이처럼 한 쪽의 규정을 선택해야만 하는 당위성은 부족합니다.
 

  만약 내규가 시행세칙보다 우선시돼야 하는 학칙이라고 할지라도 내규를 그대로 적용하기엔 논란이 있습니다. 현재 공론장에선 내규 제4조를 학생 자치 침해로 판단할 수 있을 지 여부를 두고 떠들썩합니다. 선거지도위원회는 내규 중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조항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4조 항목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내규 4조는 충분한 검토가 이뤄진 것일까요? 과연 합리적인 사항인지 학내 구성원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인문대 학생회장 보궐선거 기간까지 후보자 자격 기준에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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