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리플릿들이 널브러져 있다. 지난 2주 간 기자가 총학생회 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과 씨름한 흔적이다. 서울캠과 안성캠에서 동시에 선거가 진행되니 받아 온 리플릿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난주엔 서울캠 총학생회에 출마한 두 선본의 공약을, 이번주엔 안성캠 총학생회에 출마한 두 선본의 공약을 상대했다. 
 
  공약의 신뢰도를 점검하기 위해 처음 책상 앞에 앉았을 때 충분히 예상했다. 선언에 그치는 공약, 이벤트성 공약이 넘쳐날 것이라는 걸. 예상은 적중했다. 학생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무작정 내놓은 것 같은 공약들이 눈에 띄었다. 무슨 까닭으로 이런 공약을 내걸었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있었다.
 
  심지어 사전 조사가 이뤄졌다면 공약에 오르지 못했을 것들이 속속히 발견됐다. 정작 기자가 안타까웠던 것은 이 이유에서다. 특정 선본 만의 일이 아니었다. 실현 가능성을 조금 더 고심했더라면, 인터넷에서 자료만 검색해 봤어도 알았을 텐데. 섭섭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특히 서울캠 선본들의 공약이 그랬다. 마스터키 선본이 자부하는 동작 01번 버스 학내 진입 공약은 310관(100주년 기념관 및 경영경제관) 건립으로 인해 내년에 활동하게 되는 총학생회 후보자의 공약으론 한계가 있다. 오는 26일까지는 교내를 순환하던 셔틀버스도 외곽 순환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310관 조감도에 따르면 건물 사이로 도로가 지나간다. 310관 건립이 진행되는 동안은 언제든지 도로 통행이 제한될 수 있다. 총무팀에 확인해 본 결과 내년에 활동하게 되는 총학생회는 이행하기 힘들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Brand NEW의 공약도 마찬가지다.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의 의결권을 요구하겠다는 공약 말이다. 등심위가 의결권이 없어 등록금 결정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문제는 꾸준히 지적됐다. 그러나 지난 7월부로 대학 교비 회계 예·결산 처리 시 등심위의 심의 및 의결을 거치도록 한 법안이 이미 시행됐다. 올해까진 등심위에서 심의밖에 이뤄지지 않았지만 내년부턴 등심위가 예·결산안에 대해 의결권을 갖게 된 것이다.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이 가벼운 종이 한 장에 적혀 있다고 결코 공약의 무게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그들은 서울캠 약 만오천 명의 학우들에게, 안성캠 약 오천삼백 명의 학우들에게 약속하는 것이다. 공약 하나하나에 선본에 대한 신뢰도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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