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기자 시절, 학내 선거에 관심이 없는 학우 개개인을 욕하기에 바빴습니다. 당신들 일인데 왜 남의 일처럼 생각하느냐고 말입니다. 기자 신분이었던 탓으로 저는 이미 선거판 속의 사람이었습니다. 당당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올렸죠. 하지만 기자 신분을 벗은 지금, 편집국 밖에서 선거를 바라보니 학우들은 처음부터 선거에서 배제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학우들에게 관심을 요구하기가 민망하게끔 말이지요. 
 
 선거운동기간 전, 후보자 등록을 위해 서명을 받고 있는 각 선본의 무리를 여러 차례 만났습니다. 그때마다 그들에게 이런 첫 마디를 건네받았습니다. “선거 때문에 서명을 받고 있는데요. 서명 좀 해주세요.” 후보로 나온 이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서설이 먼저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후보로 나온 이유에 대한 설명이 있었더라면 그 후보에 대해 흥미를 가졌을 것입니다. 후보에 대한 흥미는 선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집니다. 무관심이 아닌 관심의 발로로 학우들의 펜은 서명란으로 움직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서명을 받아 후보로 나오게 된 이들을 강의실에서 만났습니다. 후보자의 목소리로 공약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나눠준 팸플릿을 통해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각양각색의 공약들 속에서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이미 이름을 상실한 캠퍼스에 남은 학우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만든 공약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 학우들의 의견이 포함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아, 선거기간이구나’, ‘이런 공약은 필요 없을 것 같은데’와 같은 학생들의 말은 선거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본인들의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주일이란 짧은 선거운동 기간이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바에 대해 조사하기에 적은 시간은 아닙니다. 왜 미리 공약을 준비해서 나오지 않았냐고 책망하는 학우들 또는 왜 번거롭게 하냐고 불만을 내비치는 학우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설문지 속에서 후보자들의 진심을 본 학우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적어도 그 공약들이 선거운동본부의 작은 테이블에서 나온 담론만은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현직기자 시절에 인터뷰했던 한 단과대 학생회장은 학생들의 무관심까지도 자신의 탓이라 말했습니다. 자신이 더 열심히 뛰어다니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요. 학생이 얼마 남지 않은 안성캠 특성상 소수를 상대로 홍보할 수밖에 없는 강의실 안에서만 후보자 분들을 뵀습니다. 상대적으로 많은 학생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거리에서 한 번도 뵙지 못한 후보자들을 보면서 당시의 그 학생회장이 떠오릅니다. 공약이 적힌 현수막이 대신하고 있는 거리의 선거운동 광경을 지켜보자니 더 절실히 떠오르네요. 
 
 안성캠 교정은 한산합니다. 선거운동 기간이라고 말하기 무색합니다. 이 고요함 속에서 투표가 시작되겠죠. 그리고 그들만의 리그로 막을 내릴 것입니다. 제 예상이 빗나가기를 바라는 이 순간에도 안성캠 교정은 한산합니다. 
 
송은지 전직기자
국제관계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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