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내가 즐겨 본 <Game of Thrones> 라는 미국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대사이다.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에서 북쪽의 영주인 Stark 가문은 항상 겨울을 대비하라는 의미의 가훈을 지니고 있다.

회계사에게도 이 가르침은 유효한 것 같다. 특히 감사본부의 회계사는 대한민국 대부분의 기업들이 12월을 결산 월로 하고 있기 때문에 1~3월에 기말감사 업무가 몰릴 수 밖에 없다. 통상 이 시기를 회계사들은 시즌이라고 부르는데 나의 첫 시즌이었던 2013년 에는 1,2,3월 중에 휴일을 포함하여 이틀을 쉬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즌은 육체적 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매우 힘든 시기이다. 한 회사의 1년 간 사업에 대한 확인서가 바로 감사보고서이고, 감사보고서에 대한 모든 책임은 그 회사를 감사한 회계사들의 몫이기 때문에 감사업무에 투입되는 회계사들의 정신은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에 정신마저 날카로우니 보고서 발행 막바지인 2~3월 감사본부에서는 종종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하지만 회계사 본연의 업무인 감사는 회사가 제시한, 무의미한 난수표와도 같은 재무제표에 제3자인 회계사가 신뢰를 부여함으로써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그 매력을 찾아볼 수 있다. 회사 스스로가 작성한 재무제표에는 작게는 단순한 오류부터 크게는 의도적 부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위험요소가 존재할 수 있다. 이렇듯 가공되지 않은 재무제표가 일반 대중에게 제시된다면 회사의 재무정보를 이용하는 수많은 정보이용자들의 의사결정에 잘못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독립된 회계사의 감사를 통해 제3자의 확신을 얻은 재무제표야 말로 어두운 자본시장을 밝히는 등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기적으로 이 글을 쓰는 11월 말은 기말감사를 대비하여 중간감사가 수행된다. 회사가 제시한 재무제표에 적극적 확신을 부여하는 기말감사와는 달리 중간감사는 기말감사에 대비하여 회사의 다양한 내부 절차를 파악하기도 하고 회사가 직면한 쟁점에 대해서도 미리 논의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감사의 많은 부분이 인터뷰로 이루어지는데 내가 맡은 유·무형자산, 인적자원, 금융자원 등의 업무 절차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회사의 담당자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회사의 특징적인 부분을 잘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해, 사람으로 구성된 조직이라는 실체에 대해 보다 이해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기도 한다.
다양한 회사와 다양한 사람, 그리고 다양한 업종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감사본부 회계사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백화점에 가서 불경기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도 하고 거대한 공장에 가서 강철에 생명을 불어넣는 장면을 목격할 수도 있으며 간혹 해외출장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회계와 세무 및 재무자문의 다양한 업무 영역을 종횡무진 하는 전문가의 길을 걸어가는 회계사의 모습
 

신영훈 동문
삼정회계법인
역사학과 03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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