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습이 한창인 연극학과 학생들을 찾은 것은 지난 20일 11시를 넘긴 시
각. 쌀쌀한 겨울 한기마저 잊은 듯 진지한 얼굴 표정이 뜨거운 이곳은 막바지
연습에 여념이 없는 예술대 공연 연습실이다.

이번에 올려지는 작품은 안톤 체홉의 `갈매기'로 바로 이 우울한 푸른 색채를
투영하는 작품이다.

청순하고 여린 가난한 소녀 니나.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쁘레쁠레프는 `살
아있는 것'이라곤 없는 우울한 희곡을 쓰는 작가다. 이 이야기는 이 두 사람의
슬픈 꿈과 사랑의 이야기이다. 자유를 갈구하는 니나는 쁘레쁠레프가 쓴 연극
에 출연하면서 성공한 작가인 뜨레고린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한편 쁘레쁠레
프의 연극은 실패하고 연극과 사랑의 실패에 좌절한 쁘레쁠레프는 자유롭지만
외로운 이들을 상징하는 갈매기를 쏘아 죽인다.

죽어버린 갈매기. 그 앞에서 니나는 뜨레고린에게 사랑 고백을 한다. 뜨레고린
은 동거 후 곧 변심해버리고, 니나는 상처만 받은 채 결국은 버림 받는다.결국
세상에서 버림받고 상처받은 니나가 찾아간 곳은 쁘레쁠레프의 집. 하지만 어
디에도 그녀가 설 자리는 없다. 짧은 만남 후 니나는 다시 쁘레쁠레프를 떠나
고, 쁘레쁠레프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예전의 연극학과 공연은 안성이 아닌 서울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지역문화 활성화와 연극의 실험정신을 살린다'는 기치 아래 안성에서 열린다
는 점에서 의의를 더한다. "예술대학이 안성에 있는데 안성에서 연습하고 공연
은 서울에서 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호응이 없다면 어
쩔 수 없이 다시 우스운 일을 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라는 예술총감독 이찬호
군(예술대 연극학과.3)의 말에서 쉽지만은 않았을 준비과정이 짐작된다.

쁘레쁠레프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니나는 뚜르게네프의 시를 인용한다. "이런
밤에 지붕 밑에 있는 자는 행복하다. 따뜻한 한구석을 지닌 자는 행복하다"라
고.뜻있는 시도에 관심을 보여주는 것, 그래서 그 밤 슬픈 사랑과 이루지 못한
갈매기의 꿈을 추억할 수 있다면, 그리고 한 울타리 안에서 고민하는 자들의
소리를 느낄 수 있는 작지만 따스한 구석을 지닐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우리
역시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일시??윱?25일부터 30일까지(평일.일요일 6시, 토요일 3)
장소??뭡駭?연극학과 공연스튜디오

<홍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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