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학생식당은 맛있기로 유명하다. 대학교 학생식당 ‘투톱’으로는 외대와 세종대가 꼽히곤 한다. 10분 거리 건국대 학생들이 밥 먹으러 오고, 심지어 맛집 블로그에도 소개될 정도니 말 다했다. 세종대 학생들은 최소한 학생식당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최근 학내 분위기가 수상쩍다. 학생식당에 대한 학우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바로 가격 때문이다. 원래 세종대 학내의 식당, 매점, 카페, 자판기 등의 복지시설은 모두 생활협동조합(생협)이 운영해왔다. 생협은 2001년, 대학 3주체(학생·교수·직원)가 출자해 만든 비영리 법인이다. 생협 덕분에 세종대 학생들은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2010년부터 시작됐다. 신축 학생회관에는 학생식당이 들어설 예정이었고, 이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생협이 운영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대학본부는 돌연 생협과의 약속을 깼다. 대신 임대시설 입찰 설명회를 개최했다. 일간지에는 “떠오르는 어린이대공원역 특급상권을 선점한다”며 광고를 내기도 했다. 이후 대학본부는 2012년에는 자판기 운영권을, 올해 3월에는 진관홀 식당을, 10월에는 군자관 식당을 생협으로부터 빼앗아 외부 업체에 임대했다.

이렇게 생협을 대신해 학생식당에 입점한 업체들은 결코 착하지 않았다. 중국산 김치와 미국산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등 이른바 ‘원가절감’의 흔적이 곳곳에 보였지만 생협이 운영하던 식당보다 가격은 30%이상 비쌌다.

대학본부는 운영권을 빼앗으며 표면적으로는 ‘생협의 방만한 경영’을 이유로 들었지만, 속내는 임대료 수입을 올리기 위함이었다. 학생들은 ‘생협 죽이기’라며 천막시위까지 벌였고, 이 문제는 법정까지 이어졌지만 법원은 대학의 손을 들어줬다.

생협 대신 외부업체를 들여올 때 대학본부 관계자는 “기존 생협보다 가격은 낮추고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체는 자신들의 수익금도 내야하고 임대료도 내야 하는 상황에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비단 세종대만의 일은 아니다. 이미 지난 몇 년간, 아니 지금도 여러 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학 상업화’의 한 단락일 뿐이다. 대학들은 ‘자율화’와 ‘학생편의’를 명분으로 외부 상업자본의 진출을 적극 반기고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손쉽게 임대료 수입을 올릴 수 있으니 꺼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부담은 온전히 학생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공간인 캠퍼스에서도 외부 상업자본에 ‘돈을 뜯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너무 아프다. 진리를 탐구해야 할 그들은 높은 등록금에 치이고, 그러면서도 학점 따고, 어학점수를 올리고, 각종 스펙을 쌓느라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높은 물가에 또 치여야만 한다. 아무리 우리 사회가 혹독할지라도, 적어도 대학 내에서는 노골적인 상업자본이 학생들을 탄압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최경식 편집국장
세종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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