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사회학』
  ‘사랑에 빠지면 왜 바보 같은 짓을 할까?’ ‘누구를 위해 외모를 가꾸어야 할까?’ 우리는 일상에서 크고 작은 질문과 맞닥뜨리게 된다. 사회학은 이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사회학이란 사회관계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고 사회 구성의 특징들을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회학이란 말이 참 모호하다. 『스무 살의 사회학』(민음사 펴냄)은 모호한 사회학을 제대로 소개하고 사회학을 활용하는 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밀라’라는 주인공을 앞세워 소설 본연의 방식을 통해 사회학을 쉽게 가르쳐준다. 새내기 대학생이 된 밀라는 기숙사에서 만난 친구에게 뜻밖의 질문을 받는다. “왜 사회학을 배우러 대학까지 왔니?” 밀라는 대답할 수 없었다. 사회학도인 밀라에게도 사회학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이후 밀라는 사회학의 주요 개념을 일상 속 문제들에 연결시키고 주변과 이야기함으로써 그 논의를 넓혀간다. 콩트·뒤르켐·베버·마르크스 등의 고전 사회학자들은 물론 푸코·버틀러·파농 등의 비판적 현대 사상가들까지! 이름만 들어도 지레 겁이 난다고? 하지만 밀라를 따라가다 보면 이들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노르웨이의 숲』
  요즘 세대에게 어쩌면 ‘노르웨이의 숲’이란 비틀즈의 노래는 낯설지도 모르겠다. 비틀즈가 ‘현재’ 보다는 ‘전설’이 된 시점,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원제 『노르웨이의 숲』(민음사 펴냄)으로 재탄생했다. 1987년에 처음 발표된 『노르웨이의 숲』은 당시의 청춘들을 그리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젊은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 명작이다. 주인공인 와타나베와 나오코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채 아픔을 오롯이 견뎌야 하는 청춘의 경계선에 서 있다. 그들은 갓 피어난 어린 청춘의 감수성으로 힘겨운 시대를 바라본다. 하지만 갓 스물인 그들에게 성장과 죽음의 상반된 단면을 동시에 맞닥뜨리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이 책은 나아가는 듯하면서도 주저앉고 또다시 일어나는 방황과 아픔, 사랑의 순간을 세밀한 언어로 담아내고 있다. 특히 소설의 마지막 자락에서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라고 질문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상실’을 기묘하게 그려낸다. 방향과 길에 대한 상실, 그 모든 것에 대한 상실을 그려내는 마지막 장면은 암흑의 우물로 빠져버리듯 급작스러우면서도 가슴을 울린다. 다만 책 속에서 어떤 상실을 읽어내느냐는 당신에게 달렸다.
 

 


『1cm+』
  오랜만에 일찍 잠자리에 누워 정신이 말똥말똥할 때, 카페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릴때 읽을 만한 사랑스러운 책이 나왔다. 파스텔톤을 사용한 포근한 일러스트와 짧은 에피소드식 내용으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1cm+』(허밍버드 펴냄)가 많은 관심 속에 출간됐다. 1cm는 막 돋아난 새싹의 길이만큼 사소하고 작은 단위다. 하지만 1cm라도 큰 신발은 헐렁해서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1cm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생각도 그렇다. 1cm만 생각을 달리해도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창의력이 솟아난다. 책의 제목인 1cm+도 작으면서 큰 1cm 생각의 전환이라는  카피라이터 김은주의 통찰이다. 독자에게 약간의 팁을 주자면, 각 장의‘제목’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내용을 먼저 읽어도 좋고, 제목을 먼저 읽어도 좋다. 제목을 혀끝에 굴리며 음미하라.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에 대해 꿰뚫고 있으며,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짧은 단상의 제목은 ‘나+ㅁ의 관계’이다. ‘남’이라는 단어를 분해해 나와 남이라는 관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처럼 제목과 내용을 연결해본다면 더 즐거운 독서시간이 될 것이다.

 

 


『인생수업』
  현대인들의 공허함과 인간성 상실이 일탈을 넘어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즉문즉설(則問則說)'을 통해 대안적인 삶을 이야기해온 법륜스님이 신간 『인생수업』을 들고 찾아왔다. 가슴 답답한 모든 이들에게 전해줄 또 하나의 해결책이 제시된 것이다. 현재 각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 자리를 휩쓸고 있는 『인생수업』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행복을 좇는 자세를 주목한다.‘세상의 성공 기준에 나를 맞추고 욕구가 충족된다고 행복해지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욕구를 버리거나 기대를 낮추는 만큼 기쁨과 만족이 일어납니다.’_『인생수업』 중에서.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잔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더불어 글귀 사이사이에 그려진 투박하면서도 섬세한 터치감이 느껴지는 일러스트가 그 담대함에 무게를 싣는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감이 오지 않는 이들에게 한 번쯤 권해주고 싶은 가을날의 책이다.
 

 

 

『중년의 발견』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대세를 거스르려 했다. 서른여덟 살, 곧 직면하게 될 ‘숫자 이정표’에 콧방귀를 뀌면서 나를 중년으로 만들 새로운 10년을 내놓고 비웃었더랬다. 인생의 단계를 나타내는 그 이름 ‘중년’마저도 영 생경했다.”
갓 중년 클럽에 발을 내민 저자 데이비드 베인브리지는 『중년의 발견』(청림출판 펴냄)을 통해 진정한 중년이란 것이 무엇인지 파헤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생물학적 방법부터 사회학적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을 진행했다. 때론 과감하고 발칙한 심리 연구 결과로 독자의 시선을 끌었으며 유전적인 한계에 대해 거침없이 토로하기도 했다.
뱃살이 늘고 머리칼도 세는 자연의 섭리를 우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온화하면서도 매서운 칼날과 같은 ‘중년’이란 성장통을 함께 고민해보길 바란다. 
 

 

 

『나비잠』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단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소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끔 만드는 소설이 나왔다. 최제훈의 『나비잠』(문학과지성사 펴냄)이 바로 그것이다. 소설의 제목인 ‘나비잠’은 ‘갓난아이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잠’이라는 뜻을 지녔지만 정작 소설은 긴장감 가득한 전개로 인해 갓난아이처럼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없게 만든다.
『나비잠』은 꿈, 그리고 현실을 번갈아 제시하며 독자들의 흥미를 끈다. 꿈과 현실은 각각 다른 이야기면서 결국 하나의 이야기이다. 소설은 40대의 잘 나가는 변호사의 흉몽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꿈과 함께 시작되는 악재들. 무심코 지나쳐버린 이야기들이 조각조각 맞춰지는 퍼즐이 되어 독자에게 다가간다.
 

 

 

『눈사람 여관』
  두 권의 여행에세이가 독자들의 사랑을 얻으며 에세이스트로 이름을 알렸지만, 이병률은 천상 시인이다. 사랑과 슬픔을 조용히 응시하는 그의 시는 눈물 없이 아파할 줄 안다. 사랑이 머물던 자리의 온기를 더듬는 듯한 시를 보고 있자면 이별이 사랑보다도 아름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당신이 그런 것처럼/ 모든 세상의 애인은 눈사람”(시 ‘눈사람 여관’ 중 일부) 녹아버린 눈사람처럼 사라져버린 사랑은 이제는 의미를 해독할 수 있을 것 같은 말을 남기고 떠났지만, 시인은 홀로 남은 자리에서 사랑을 부여잡고 놓치지 않는다. 『눈사람 여관』은 이병률의 네 번째 시집이다. 시집과 제목이 동일한 『눈사람 여관』을 비롯해 62개의 시가 담겨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바람”이라고 평론가 신형철이 평가한 이병률의 시는 대중과 문단 양쪽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우린 잘 있어요, 마석』
  당신은 이주노동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고영란·이영의 『우린 잘 있어요, 마석』(클 펴냄)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석가구공단 이주노동자들의 곁에서 지내며 관찰한 마을의 모습과 그들의 생활을 글과 사진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진솔하게 전달하고 있다. 마석가구공단은 갈 곳을 잃고 떠돌던 한센인이 터를 잡고 정착한 곳으로 ‘성생농장’에서 ‘가구공단’으로 변모하여 현재 다양한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이 체류하고 있다. 이제 이곳은 이주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이 되었다. 고국에서 멀리 떨어진 한국에 정착하며 지내는 그들. 외국인,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임금을 떼이기도, 강제추방을 당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삶이 마냥 힘든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좋은 친구도 만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며 삶을 꾸려 나간다. 시련을 극복한 공간. 당신을 마석가구공단으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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