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아르바이트하고 모은 돈으로 서점을 점령하는 한 남자가 있다. 읽고 또 읽어도 언제나 배가 고프다고 말하는 그. 그것도 모자라 지난 3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7개월간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 권수만 무려 114권에 다다른다. 책이라면 죽고 못 사는 이승헌 학생(상경학부 2)의 위험하고도 괴짜스런 이야기를 파헤쳐보자.


  -이번에 안성캠 중앙도서관 다독왕 2등을 차지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평소 통학을 하면서 자주 책을 읽는다. 많이 읽는다고는 생각 못 했는데 2등 소식을 통보받고 놀랐다.”


  -지금까지 주로 어떤 책을 읽었나.
 “소설책과 경제학 서적을 많이 읽는 편이다. 소설책은 어려서부터 꾸준히 읽어 습관이 됐고, 경제학 서적은 전공이 상경학부이다 보니 아무래도 손이 자주 간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책을 선택하나.
  “경제학 서적은 교수님께서 추천해주시는 목록을 읽거나 학습에 필요한 서적을 찾아본다. 반면 소설은 신간 서적이나 도서관에 구비된 책 위주로 접한다.”
 

  -특별히 좋아하는 소설 작가가 있나.
  “외국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을 선호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같은 경우 수학적 플롯이 소설 안에 확연히 드러난다. 아무래도 흥미를 이끄는 포인트가 있다 보니 술술 읽히게 되는 것 같다.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 같은 경우 『눈먼 자들의 도시』를 처음 접하게 됐는데 그 당시 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문체가 갖는 무게감이 장난 아니다.”
 

  -한국 소설은 잘 안 읽는 편인가.
  “안 읽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관심 분야가 외국 소설에 기울어져 있는 건 맞다. 외국 소설 같은 경우 소설 속 배경을 통해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낯선 풍경이나,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어 긴장감이 든다.”
 

  -그럼 다독왕이 되기까지 책을 선정하는 기준이 남달랐겠다.
  “나름대로 기준이 있다. 주요 일간지나 잡지에 소개된 출판면을 눈여겨본다. 전반적인 출판시장의 흐름을 알 수 있고 무엇보다 믿고 볼 수 있는 책들을 찾을 수 있다. 기자가 써놓은 서평을 읽고 괜찮다 싶으면 당장 스크랩을 해놨다가 사서 읽는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기준도 있나.
  “알고 있는 작가 위주로 서가를 쭉 훑다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된 책들이 수두룩하다. 생각해보면 도서관의 재미 중 하나가 이것이 아닌가 싶다.”
 

  -다양한 서적을 탐독하면 힘들 것 같다.
“독서란 행위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다. 무엇보다 어렸을 적 부모님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특히 도서관학과를 졸업하신 어머니의 주변엔 늘 책이 쌓여있었다. 환경이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책에 손이 가더라. 덧붙여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던 비결은 다름 아닌 속독이다. 어렸을 적 속독학원을 잠깐 다닌 경력이 한몫하더라.(웃음)”
 

  -속독은 오히려 정독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나.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있다. 편안한 상태에서 소설을 읽을 경우 보통 1시간에서 2시간 사이에 끝을 본다. 하지만 한 번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또다시 읽으며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놓친 작은 풍경들을 곱씹는다. 단, 철학책 같은 경우 죽어도 속독이 안 되더라.(웃음)”
 

  -다시 읽는다고 했는데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같은 경우 얼마나 읽나.
  “앞서 말한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은 한 권당 4번씩은 읽는 것 같다. 원재훈 작가의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도 4번 이상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을 울리더라. 이를 통해 ‘처변불경(處變不驚)’이란 인생의 좌우명도 얻게 됐다.”
 

  -같은 책을 여러번 읽으면 지루하지 않나.
  “애초 좋아하지 않았으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다.”
 

  -반대로 경제학 서적을 통해 얻은 건 무엇인가.
  “전공과 관련되다 보니 학습효과가 크게 다가오더라. 실제로 주식이나 재무 분야의 책을 통해 주식투자도 시도해봤다.”
 

  -이익이 났는지 궁금하다.
  “다행히 아직 단 한 번도 마이너스가 난 적이 없다.(웃음)”
 

  -그렇다면 혹시 책을 통해 연애기술도 얻나.
  “연애, 참 쉽지 않다. 언젠가 호기심에 끌려 연애 서적을 뒤적거렸으나 바로 덮어버렸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연애에 관련한 유명한 말이 떠올랐다. 남자가 여자를 꼬시는 단 한 가지의 방법은 얼굴이라고!”
 

  -책을 보는 안목도 높은데 직접 써보고 싶기도 하겠다.
  “중·고등학교 때만 해도 가끔 글을 쓰고 싶어질 때가 있었다. 그러나 결코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더라. 그날 이후로 진정한 독서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 어떤 종류의 책들을 수집할 계획인가.
  “늘 그렇듯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모두 구입할 계획이고 평소 멀리하던 인문학 분야를 탐닉할 계획이다.”
 

  -끝으로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하자면.
  “신문 같은 경우 하나의 기사가 나오기까지 여러 사람의 논의를 통해 기획되고 탄생한다고 한다. 책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수없이 고민하고 관찰하고 다듬어서 독자에게 펼쳐 보인다. 뼈를 깎는 고통 끝에 탄생한 작품이니 얼마나 영양가가 높겠나. 나를 포함한 우리 20대는 어딘가 결핍돼 있다. 앞으로도 책을 통해서 내면 깊숙이 영양분을 채워 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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