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2011년은 그야말로 ‘복지 대란’이었다. 53%의 득표율로 당선됐던 박원순 서울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공임대주택 8만 가구 건설은 물론 2014년 초·중등학교에 전면적인 무상급식 시행까지, 그의 공약에서‘복지’는 핵심 키워드였다. 그뿐일까. 거기다 ‘친절한 원순씨’를 내세우며 SNS를 활용한 소통까지 더했다. 

  재임 후 그의 행보엔‘청년’이 따라붙는다.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을 실행한 데 이어 최근엔‘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장전’을 발표했다. 남은 임기는 8개월.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서언회)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난 2년간 청년정책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전망을 들어봤다.

 

-지난 대선 때‘반값 등록금’을 둘러싸고 여야 간 공방이 치열했다. 서울시는 이미 서울시립대의 반값 등록금을 실현했는데 다른 대학의 경우에도 반값 등록금이 가능하다고 보나.

“서울시립대 학생들의 절반 정도는 반값 등록금과 여타 장학금 덕분에 등록금을 아예 내지 않는 학생도 많아요. 그 대신 학생들은 반값 등록금의 혜택을 사회에 환원한다든지, 아르바이트할 시간에 취미활동이나 자기 계발을 위한 공부를 할 수 있게 됐죠.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을 시행하면서 반값 등록금이 현실
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유럽 국가들을 보면 등록금이 거의 없거나 액수가 아주 적어요. 반값 등록금은 정부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달린 문제인 것이죠. 서울시로서는 아무래도 재정적 한계가 있어요. 모든 대학생의 반값 등록금은 중앙정부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근‘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장전’을 발표했다. 어떤 정책인가.

“등록금은 여전히 높은데 집안 형편은 등록금을 내기 벅찬 가정이 상당히 많아요. 이런상황에선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죠. 심지어 고등학생도 아르바이트하는 형국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청년들의 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에 서울시는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만들게 됐어요. 기준이 있어야 아르바이트하는 청년들도 자기 권리가 뭔지 알 수 있잖아요.”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장전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나.

“아르바이트 청년을 대규모로 고용하고 있는 몇몇 프랜차이즈 기업과 아르바이트생의인권을 지키겠다는 협약을 맺었어요.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장전이 구속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죠. 사실 중소사업자들의 경우 협약의 이행 여부를 알기 어려워요. 지키지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선 대학생 및 시민단체와 협력해 모니터링을 지속해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에요.”

 

-아르바이트 입금을 주는 자영업가 잘되어야 할 텐데 최근 자영업 붕괴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중소 상인들이 쇠퇴하고 있어요. 이분들이 힘들어지면복지 대상이 늘어나게 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중소 상인들의 권익을 지켜줘야 하죠. 그래서 대형 유통업체의 판매 품목을 제한하려 했지만, 대학생층을 비롯해 여론이 형성되지 못했어요. 대학생들도 이런 문제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영업 붕괴 문제에 대학생의 책임이 있다는 말인가.

“이탈리아에 방문한 적이 있어요. 제가 방문한 곳에 구두와 가방을 파는 공장이 있더라고요. 크지도 않아요. 그런데 한국에만 연간 150억 원을 판다고 해요. 요즘 대학생들은 종로 주얼리 상가나 상수동 수제화 가게를 두고도 메이커 제품만 찾잖아요. 중소 상인들이 만든 제품이 팔릴 수 있도록 대학생들도 새로운 소비문화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서울시 차원에서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성장할수 있도록 지원 사업을 하고 있어요.”


-아르바이트 문제에서 더 나아가 비정규직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중에 59%가 비정규직이라는 비공식 자료가 있어요. 그만큼 비정규직이 많다는 거예요. 이건 미래에 자기 삶을스스로 설계하기 어렵다는 말이잖아요.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서울시는 서울시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분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쳐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울시립대의 경우 청소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오히려 몇몇 노동자들은정년 때문에 해고될 위기에 처하지 않았나.

“고민스러운 부분이에요. 물론 70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면 좋겠지만, 우리나라 정년은 58세가 현실이거든요. 60세까지 정년을 늘리는것도 문제인데 70세까지 늘리는 것은 더 어려워요. 또 정년이 늘어났을 때 청년 고용도 문제가 될 수 있어요. 누군가의 정년이 늘어난다면 누군가는 취업의 문을 박탈당할 수 있잖아요.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질문을 들으며 미소짓는 박원순 서울시장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선 재정이 뒷받침돼야 할 텐데 최근 재정 악화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 재정 문제는 모든 사업에직결되는 문제인데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서울시는 취득세라든지 등록세, 흡연세 같은 것에 한해 걷어서 써요. 그래서 큰돈이 드는 이른바 보편적 복지는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아요. 우리는 적은 돈을 가지고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사업을 해야 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사업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잖아요.저는 재정을 아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서울시는 서울시가 하는 모든 사업을 인터넷에 공개했어요. 낭비되는 것들을 시민들이 찾아서 신고하면 최대 1억 원까지 보상해줘요. 보상금 이상으로 낭비되는 세금이 줄기 때문에 그 돈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쓰는 거죠.”

 

-재정을 추가로 확보할 방안은 없나.

“재정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경제가 살아야 해요. 이를 위해 서울시에선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있어요. 예를 들어‘원전 하나줄이기’사업의 일환으로 에너지 설계사라는직업을, 보육문제 해결을 위한 보육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을 새로 만들었어요. 또 여성들 귀가할 때 위험하잖아요. 그래서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라는 일자리를 만들었어요. 주로40~50대 지역 주민 아주머니가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를 해요. 이렇게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경제가 돌고 재정이 충실해지는 거죠.”

 

-대학생 주거 문제도 심각하다. 주거 문제해결을 위한 서울시 차원의 사업은 없나.

“대학생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기숙사를 많이 확충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 내렸어요. 그래서 첫째로 건축적 규제를 조절해 대학이 스스로 기숙사를 많이 지을 수 있도록 했어요. 둘째는 지방 학생들이 머물 수 있는 공공 기숙사를 확충하는 사업을 하고 있어요. 사실 많은 지방 정부가 남도학숙 같은 지방 학생을 위한 기숙사를 원해요. 하지만 서울시의 땅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쉽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서울시에서 땅을 제공하고 지자체에서 건물을 짓는 방식으로 합의를 본 거죠. 셋째는 서울시가 공급하는‘희망하우징’이라는 게 있어요.”

 

-대학생 문화에 대해 묻고 싶다. 축제는 연예인 보고 술 마시는 자리로, 동아리는 취업 동아리 일색으로 변화돼 가는 것에서 볼수 있듯이 대학생 문화가 많이 퇴색됐다. 이런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학생들은 그 시대의 문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요새 대학생들은 오히려 기존의 소비문화, 대중문화를 따라 하고 있죠. 우리 사회에 새로운 콘텐츠가 빈곤해졌기때문이라고 생각해요. 80년대 학생운동이 전통적인 탈춤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했듯이 기존의 것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전통으로 접근한다면 그게 일종의 르네상스 운동이 될 수 있겠죠. 또 요새 K팝이나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잖아요. 대중문화에서뿐만 아니라 대학문화도 새롭고 세계적 선도를 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여러분들이 그런 것들에 도전한다면 서울시도 여러분께 지원할 수 있겠죠.”

 

-청년정책네트워크‘청정비빔밥’을 만드는 등 청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는것 같다. 청년의 이야기를 듣는 게 어떤 도움이 됐나.

“청년들의 고충을 직접 들었기 때문에 많은청년 관련 정책이 나올 수 있었어요. 신촌에의회 식으로 청년정책네트워크를 만든 것도청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것이었죠. 또 청소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어린이 인권연대도 만들어 놨어요. 여기에서 청년 주거 문제, 일자리 문제에 대해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은평구에 있는‘청년 일자리 허브’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어요. 청년 일자리 허브에는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이 와서 취업 정보도 얻고 강좌를 듣거나 인맥을 쌓아요. 내년엔 노량진 고시촌 쪽에도 만들 계획이에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드는 것 같다. 참여를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일상을 살아가는 분들이 자신의 문제에 관해서는 훨씬 더 잘 알잖아요. 요새는 그런 정보가 워낙 많이 공유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정책결정자들이 현안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시민의 의사를 반영한 정책이 좋은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죠. 또 시민의 의견으로 만들어진 정책은 집행력이 높아지고 반대가 사라져요. 정책이 빨리 시행될 수 있는것이죠. 서울시는 시민들의 다양한 참여를 할수 있는 여러 길을 열어놓았어요. 또 주민참여 예산이라고 예산 중 500억 원은 시민들이 어디에 쓸지 결정할 수 있도록 했어요. 전 세계 어디에도 서울시만큼 시민의 참여가 보장되는도시가 없어요. 실제로 제가 시장이 된 후로 시청 앞에서 데모하는 사람들이 줄었어요.(웃음)"

 

-마지막으로 청년에게 한마디 한다면.

“청년이 나라의 미래인 것은 틀림없잖아요. 청년이 살아있어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청년 중에서도 대학생들이잖아요. 대학생들에겐 큰 시대적 책무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때로는 비판도 아끼지 말아야 하고 때로는 행동으로 보여줘서 사회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울시는 여러분들의 비판도 열심히 듣겠습니다. 함께하겠습니다."

▲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권 대학 언론 연합회.

 

서울시 청년정책 둘러보기


반값등록금

서울시립대가 실현하다

지난해 서울시립대는 반값등록금을 실현한 최초의 대학이 됐다. 이로써 박원순 서울시장은 후보자 시절 내걸었던 대표공약 중 하나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서울시립대에 재학 중인 김예진 학생(역사학과·22)은“등록금이 반으로 줄어 부모님께서 정말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학자금대출 이자지원

등록금 부담 완화하다

서울시가 이번학기부터 3명 이상 다자녀 가구의 대학생 학자금 대출 이자를 전액 지원한다. 서울지역 고교출신 대학생, 소득 7분위 이하 가구의 대학생들도 이자 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지원 신청은 오는 29일까지 서울시 홈페이지(seoul.go.kr)를 통해 할 수 있다.

 

대학생 아이돌보미

대학생 일석이조 효과 누린다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대학생 아이돌보미’사업을 5개월째 시행하고 있다. 아이돌보미들은 맞벌이 가정이나 보육시설에 파견돼 육아를 돕는 일을 하게 된다. 대학생 아이돌보미는 아이들을 돌보며 학비도 벌고 아이돌보미 자격도 얻을 수 있다.


아르바이트 권리장전

청년의 기본 노동권을 보장하다

서울시는 최근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이 부당한 근로조건에서 일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장전’을 발표했다. 아르바이트 청년의 권리뿐 아니라 사용자 의무, 서울시의 책무도 명시했다. 서울시는 실효성 확보를 위해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과도 협약을 맺었다.

 

희망하우징

주거문제 해결책 제시하다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SH공사에서 매입한 다가구주택 및 직접 건설한 원룸을 대학생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SH공사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가격은 보증금 100만 원에 월 임대료 8~15만 원수준이다.

 

희망둥지 공공기숙사

대학생 기숙사 수용률 끌어올린다

서울시는 지방출신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숙사 확충을 계획했다. 희망둥지 대학생 공공기숙사는 서울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건축비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지어진다. 현재까지 9개지자체와 MOU를 체결한 상태다.


청년 일자리 허브

청년들이 청년문제를 이야기하다

“청년을 품는 사회, 사회를 품는 청년.”청년 일자리 허브(청년 허브)의 캐치프레이즈다. 서울시는 청년들이 함께 조직하고 청년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청년 허브를 설립했다. 청년허브는 청년포럼 등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청정비빔밥

청년들이 청년문제를 해결하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청정비빔밥’은 서로 다른 대학생들이 어우러져 서울시와 함께 청년정책을 만드는 데 직접 기여한다. 서울에서 살거나 활동하는 청년이라면 누구든 청정비빔밥 홈페이지(http://www.youthgovernance.kr)를 통해 지원할 수 있다.

 

한지붕 세대공감

세대를 넘어 연대하다

서울시는 어르신과 대학생의 주거공유 프로그램인‘한지붕 세대공감’사업을 기획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빈방을 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대신 학생들은 청소 등 생활서비스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시세보다 50% 이상 저렴한 가격에 방을 구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