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우스갯소리로 “누굴 뽑든 똑같을 거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대통령 후보자들이 내걸었던 공약이 별반 차이가 없어섭니다. 선별적 복지를 주창한 새누리당에서 출마했던 박근혜 대통령까지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내놓았던 상황이었으니까요. 너도나도 복지를 외치던 그때, 정작 공약들에 대한 치밀한 검토는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후보자들의 공약이 큰 틀에서 비슷했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후보자 개인과 소속 정당의 특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국 투표율이 약 76%에 달했던 대선은 공약대결이기보단 지역대결, 정당대결로 귀결됐습니다. 아쉽게도 그 사이에서 공약에 대한 이야기는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어쩐지 이런 상황이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지난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서울캠 좋아요 총학생회(총학) 역시 상대측 선본과는 핵심 공약에선 큰 차이점을 갖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당시엔 유세 과정에서의 상대 후보 비방이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안성캠 총학생회 선거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중앙대엔 다시 선거열기가 가득합니다. 서울캠엔 총학생회 각 선본의 선전물이 넘쳐나고 안성캠은 드디어 후보자들의 윤곽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캠의 후보자들은 이미 스무 개가 넘는 공약들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익숙한 느낌입니다. 그들이 내세운 공약도, 그들이 말하고 있는 선거 구호까지도 말입니다.
 
사실 선본 간 공약이 비슷하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만큼 학생들이 원하는 공약, 필요한 공약은 정해져 있다는 얘기일 테니까요. 서울캠 양 선본이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등록금 인하, 공간 확보, 교육권 보장, 일상복지 확충 공약은 어느 것 하나 빼놓을 게 없습니다. 
 
문제는 해가 지나도 공약들이 ‘거기서 거기’라는 겁니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양 선본의 공통 공약들은 몇 해 전부터 총학선거에선 빼놓지 않는 단골 공약들입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기에 지속적으로 개선 의지를 밝히는 모습은 좋습니다. 그러나 공약의 실현 가능성 여부를 두고 봤을 땐 구체적인 내용들에 여전히 의문이 듭니다. 
 
투표일을 열흘 즈음 앞둔 지금, 아직 학내는 조용합니다. 다르면서도 비슷한 양 선본의 리플렛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지난 총학선거가 떠오릅니다. 이른바 ‘운동권’과 ‘비권’의 프레임이 강하게 작용되는 중앙대에선 공약에 대한 판단보다도 ‘왜 이 사람은 되고 저 사람은 안되는 지’가 더 큰 힘을 발휘하곤 하니까요.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긴 참 쉽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치밀한 사전조사와 시행가능성을 짚는 것이 선행돼야 합니다. 유권자들과의 약속이 헛된 약속이 돼선 안 될 테니까요. 신뢰와 원칙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이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학생대표자들에게도 통용되는 이야기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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