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만 모르는 일들
  • 중대신문
  • 승인 2013.11.1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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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제대를 앞둔 친구가, 내년에 복학하면 돌아올 자기 과가 없다고 한다. 건국대 학생인 그 친구는 학부제로 들어와 1학년 2학기까지 마치고 전공에 진입한 뒤에 입대했다. 군대에서 정신없이 훈련받느라 모르고 있었는데, 나중에 동기들에게 듣고 확인해보니 애초에 진입했던 전공은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폐지됐고 자기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신설 학과로 배정돼 있었다는 것이다. 
 
 건국대는 2012년 초반부터 학사구조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같은 해 5월, 이를 확정했다. 개편안에 따라 2011학년도 2학기에 친구가 소속됐던 동물생명과학대학의 축산경영유통경제학전공은 폐지되고 바이오산업공학과가 신설됐다. 당시 건국대가 학사구조개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학교와 학생 간의 갈등이 있었다. 학사구조개편에 직접 영향을 받는 학생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학교가 내부적으로 개편안을 논의하고 이를 통보해 학생들의 반발을 산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올해 연세대에서도 학내 갈등이 있었다. 2009년 신설된 자유전공학부가 이미 13학번 신입생을 받은 상태에서 3월 말, 학교가 자유전공학부 폐지를 발표해 학생들과 학부모가 집단으로 반발하는 사태가 있었다. 최근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인문학과를 폐지 또는 통폐합하는 학사제도개편안을 발표했을 때에도 같은 논란이 있었다. 지난 6월 한남대와 경남대에서 철학과를 폐지한다고 발표하자, 학생들이 학교가 절차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렸다며 거세게 반발한 것이다.
 
 학사구조개편을 둘러싼 갈등은 주로 불투명한 논의 과정, 당사자에게 일방적인 통보, 실질적인 여론 수렴 절차의 부재 때문에 나타난다. 학사구조개편안은 대학본부와 개편 학과 보직교수들의 비공개 논의에 의해 결정된다. 학생들은 그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없으며 개편안이 공고된 뒤에야 그 내용을 처음으로 알 수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개편안 공고 이후에 공청회 자리를 마련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1회성에 그치며 공청회 이후에도 학사구조개편 초안의 큰 틀은 변하지 않아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 어렵다. 
 
 한편, 대학가 밖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은 비일비재하다. 8월 27일 교육부가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6일 뒤인 9월 2일에 마련한 첫 공청회 자리에서, 입학처장과 교사, 학부모들은 정책안에 자신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교육부가 교육학 교수, 평가원 입시 담당자, 장학사 등 9명의 위원들을 모아 내부적으로 논의해 정책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입제도의 직접 당사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윗 사람들’의 꽉 막힌 내부 논의 시스템과 개편안 공고 이후에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형식적인 여론수렴 절차. 대학본부와 교육부가 제도를 개편하는 과정에는 닮은 점이 참 많다. 학사구조개편과 입시제도 개편 모두 그 영향력이 막대한 만큼, 개편안에 대해 당사자들이 충분히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개편 절차를 고안해봐야 할 것이다.
 
박진영 편집국장
연세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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