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 수락산 산행을 다녀왔다. 특히나 오랫동안 가을이 지속되었던 올 가을의 수락산은 골짜기마다 자신만의 모습을 뽐내고 있어 보는 이의 감동을 더했다. 수락산의 만추만큼이나 아름다웠던 것은 중년의 선배와 이제 막 청춘을 뽐내고 있는 후배들과의 정겨운 만남이었다. 
 
 이번 수락산 산행은 행정부처 서기관 이상을 지낸 중앙대 동문의 모임인 관수회에서 공공인재학부 학생 대표와 학부장을 초대함으로써 이루어졌다. 공공인재학부 학생들의 입학성적과 학구열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는 격려하고 싶은 선배들의 마음을 후배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중년 선배와 청년 후배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이었다. 후배에게 한 마디라도 도움이 되는 마음을 전하고 격려하려는 선배의 마음이 빠른 시간에 후배에게 전달되었다. 무리를 지어 산행을 시작하던 젊은 학생들도 빠르게 선배들에게 다가감으로써 선배와 후배가 어깨를 맞대고 길게 늘어선 대화의 꽃이 수락산의 만추와 어울렸다. 
 
 나는 중앙대 공공인재학부가 어떻게 해야 발전할 수 있는지를 이들보다 생각할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 이들 세대를 뛰어 넘는 선배와 후배의 마음을 제대로 정착시키고 싶었기에 이 산행에 동참했다. 산행 중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이 보기 드문 광경을 바라보면서 내가 분명한 역할을 해야 함을 느꼈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니 수락산 주변에서 시장직을 맡고 있는 동문이 보낸 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가 우리 일행을 안내한 곳은 푸짐한 오찬이 차려진 한식집이었다. 현직 시장의 학교 및 후배를 사랑하는 덕담을 들은 후 내게 말할 기회가 돌아왔다. 
 
 나는 동문들께 할 말이 있기에 참여했다고 했다. 그리고 공공인재학부 학생들의 우수성과 노력을 설명하였고, 학부 발전을 위해 동문들이 그동안 4억 원 정도의 공공인재학부 장학금을 기부하였으며 이 장학금이 잘 쓰이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앞으로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함을 호소했다. 구체적으로는 우수한 학생들이 각종 고시에서 우수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1차를 합격한 학생에게 숙박시설 지원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했다. 행정고시를 예를 들면, 행정고시 2차 합격자의 평균 연령이 28세이며, 따라서 대부분의 2차 합격자는 졸업생이고, 재학생이라 하더라도 2차 시험 준비를 위해서 휴학을 한 상태라는 점을.   
동문과 재학생들의 반응은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중년의 동문들은 후배를 위한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놓고 진중한 논의를 하였고, 학생들은 선배들의 후배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낀 감사함을 전했다. 오찬과 대화를 마치고 헤어지기 전에 산행에 참여했던 모든 동문들이 내 손을 잡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주어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악수를 청했다. 또한 다수의 동문들이 후배 지원방안에 대해 다시 만나 논의할 자리를 만들겠으며, 나를 초청하겠다고 했다. 재학생들은 한결같이 선배와 함께 하는 산행으로 많은 것을 느꼈으며, 무엇보다도 선배의 후배에 대한 사랑이 그렇게 강할 줄 몰랐고, 열심히 공부하여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다. 
 
 산행이 있은 다음 주에도 산행의 여파는 지속되었다. 관수회 회장께서 내 연구실에 방문하여 학생 지원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물었고, 행정학과 동문회장과도 논의를 하겠다고 하였다. 무엇보다도 반가운 것은 해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유난히 길고 아름다운 이번 만추. 풍년과 함께 수확이 크게 기다려진다.  
 
박희봉 교수
공공인재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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